삼성전자가 응답 속도가 빠른 차세대 낸드플래시 ‘Z-낸드’를 활용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SSD는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빨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데이터 저장 장치다.

삼성전자는 30일 800기가바이트(GB)급 Z-SSD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서비스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분석 등에 쓰이는 슈퍼컴퓨터에 주로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했다. 쓰기 응답 속도가 16마이크로세컨드(1㎲=100만분의 1초)로 현재 SSD 제품 중 속도가 가장 빠른 NVMe SSD보다 5배 이상 빠르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응답 속도를 높이기 위해 Z-낸드와 초고속 컨트롤러, 1.5GB급 LPDDR4 모바일 D램을 결합해 Z-SSD를 만들었다. 세계에서 Z-낸드를 사용한 첫 제품이다. Z-낸드는 정보를 저장하는 셀 하나에 1비트를 담는 ‘SLC(싱글레벨 셀)’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낸드플래시다. 셀 하나에 3비트를 저장하는 기존 낸드플래시에 비해 저장 용량은 작지만 응답 속도가 빠르고 소비전력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의 3세대(48단) 3차원(3D) 공정 기술이 활용됐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 제품을 공급받기 위해 삼성전자와 사전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들 기업 고객을 겨냥해 내구성을 대폭 강화했다. 최대 5년간 사용 기간을 보증했고 무고장 보증기간(MTBF)을 기존의 두 배 수준인 200만 시간으로 늘렸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전무)은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Z-SSD를 사용하면 컴퓨터 성능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며 “연내 연결 포트를 두 개로 늘려 시스템 성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2세대 Z-SSD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