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과 인연있는 학자를 사장으로…"현장경험 없는 점 우려"

산업은행이 또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 퇴직 임원과 사장에 전직 임원과 회장과 친분있는 인사를 내정해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은 30일 KDB생명의 사장에 정재욱 세종대 교수를, 부사장에 임해진 전 부행장을 각각 내정했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0.3%)와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24.7%)를 통해 KDB생명의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임해진 KDB생명 부사장 내정자는 이달까지만 해도 산업은행 부행장으로 재직했던 산업은행 출신이다.

1978년 산업은행에 들어와 재무회계부장, 미래성장금융부문장, 심사평가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산업은행에서 40년 근무했다.

산업은행이 임원 출신을 KDB생명에 재취업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안양수 현 사장도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2013년 KDB생명보험 수석부사장으로 와서 2015년 사장에 취임했다.

안 사장이 부사장으로 옮겨올 당시 전임 안동명 부사장도 산업은행 출신이었다.

안 사장보다 앞서 대표이사였던 최익종 사장도 산업은행에서 부행장까지 지냈다가 2010년 금호생명보험(현 KDB생명) 사장을 맡았다.
산업은행, 퇴직임원 KDB생명 부사장 내정… 낙하산 인사 논란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하거나 관리·감독 중인 회사로 대상을 넓히면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사례는 더 많아진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은행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에 재취업한 산업은행 출신 임직원은 135명에 달했다.

KDB생명 사장 내정자인 정재욱 교수는 산업은행 출신은 아니지만 역시 논란을 피해가기 싶지 않아 보인다.

정 사장 내정자가 한국금융연구원에 근무했던 때인 1999년∼2004년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국금융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시기(2000∼2003년)가 겹친다.

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연구원 부원장·원장으로 재직했던 시기(1999∼2007년)와도 맞물린다.

정 내정자와 이 회장의 인연이 주목받는 것은 정 내정자가 보험회사 현장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이날 내정 사실을 알린 자료에서 밝혔듯 정 내정자는 보험전문가이다.

미국 대학에서 금융보험학을 전공한 뒤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에도 있었고 1999년 국내 생명보험사 상장 1차 태스크포스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는 학자로서의 경험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지적이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하나HSBC생명보험의 사외이사를 역임하면서 보험사 경영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하지만 사외이사의 역할도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KDB생명은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230명을 내보내고 190여개 점포를 99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위기의 회사'다.

부실한 회사를 정상화해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와도 풀기 어려운 숙제라는 것이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사장 내정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어 아직 판단 내리기는 어렵지만, 보험회사의 현장 경험이 없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