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Times의 확대경]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후방 카메라
주차할 때 모니터로 후방상황을 보여주는 기능을 흔히 ‘후방주차보조시스템’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카메라가 영상을 찍어야 하고, 동시에 운전자가 영상을 볼 수 있는 모니터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영어로는 이를 ‘백업 카메라(backup camera)’ 또는 ‘리버싱 카메라(reversing camera)’, ‘리어뷰 카메라(rear-view camera)’로 부르기도 한다.

[Auto Times의 확대경]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후방 카메라
자동차에 백업 카메라가 처음 적용된 것은 1956년 1월 GM의 모토라마쇼에 등장한 뷰익 센추리온(Centurion) 콘셉트다. 하지만 지금처럼 작은 형태가 아니라 TV용 카메라가 차 뒤편에 삽입돼 영상을 찍고, 룸미러 자리에 TV 스크린을 달아 후방을 보는 형태였다. 어디까지나 상상을 담은 콘셉트였고, 카메라 가격도 매우 비싸 실용화하지 못했지만 기술적으로 사각지대 제거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됐다.

하지만 카메라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소형화가 진척되자 안전을 위해 백업 카메라를 넣으려는 노력이 나타나 1991년 도요타가 프리미엄 GT카로 개발한 소아라(Soarer) 한정판에 적용했다. 당시 나온 소아라는 3세대지만 우리에게는 렉서스 SC 1세대로 알려진 제품이다. 후진할 때 리어 스포일러에 부착된 카메라가 영상을 디지털로 전송하면 대시보드 컬러 액정에 후방 상황이 나타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2000년 4월 닛산은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 Q45를 뉴욕모터쇼에 공개하면서 ‘리어뷰 모니터(rear view monitor)’를 선보였다. 단순히 후방 상황을 보여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주차 때 여러 변수를 읽어 방향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이 추가됐다.

후방 상황을 보여주던 백업 카메라가 진일보한 것은 2007년이다. 닛산이 후방뿐 아니라 자동차의 전후좌우를 마치 위에서 보는 것처럼 재현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around view monitor)’를 소개했고, 2008년 인피니티 EX35에 적용했다. 4개의 카메라가 실시간 영상을 찍어 후방뿐 아니라 전후좌우를 모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다른 제조사도 비슷한 시스템을 채택하기 시작해 BMW는 2009년 5시리즈에 ‘서라운드 뷰(surround view)’라는 이름의 기능을 담았다.

그에 앞서 2002년 미국 내에선 차를 타고 외출하려던 남성이 뒤에 있는 아들을 치어 목숨을 잃게 만든 사건이 화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후방카메라 장착 의무화를 담은 어린이 교통안전법이 2008년 개정됐지만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올해 5월부터 본격 적용된다. 미국 고속도로교통국(NHTSA)은 의무화로 차 가격이 적게는 5만원에서 최고 15만원까지 오를 수 있지만 해당 기능이 살려낼 목숨이 연간 70명 내외고, 1만5000명의 후방 사고 부상자도 줄일 수 있어 의무화를 결정했다. 물론 한국도 어린이 통학차에는 의무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도 안전이 화두다. 그중에서도 재난 안전에 대한 얘기가 많다. 하지만 재난 안전보다 더 많은 사고를 일으키는 교통안전은 비용을 놓고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재난 안전은 국가 부담이지만 교통안전은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해서다. 그럼에도 안전에 도움이 된다면 적용을 우선하는 게 훗날을 위해 낫다는 생각이 앞선다.

권용주 <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