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가전공장 조기 가동 이어 현지 유통거래선 불안 해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동부에 가전제품 유통을 위한 대규모 물류시설을 잇따라 확보하고 나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으로 현지 공장의 조기 가동을 추진하면서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의 유통 대책도 서두르는 양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동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에지필드 카운티에 42만1천 제곱피트(약 3만9천㎡) 규모의 창고·운송시설을 임대하기로 현지 부동산투자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류시설은 지난 12일 조기 준공된 인근 삼성전자 뉴베리 가전공장에서 생산된 세탁기 제품을 보관하고 미국 전역으로 집배송하는 '허브'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발동 시점 이전에 들여온 세탁기 물량이 소진될 경우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빨리 조달해야 하는데, 최대한 유통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인근에 물류시설을 확보한 셈이다.

특히 현지 가전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인해 공급 물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자 이를 해소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말 동북부 뉴저지주 이스트윈저 타운십에 41만 제곱피트(약 3만8천㎡) 규모의 물류시설을 건립하고 최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인근 뉴욕시를 비롯해 주로 미국 동부지역으로 배송될 LG 가전제품을 보관·배송하는 역할을 맡은 이 시설은 특히 올 하반기 가동되는 테네시주 공장의 세탁기 물량도 소화하게 된다.

LG전자는 한해 10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테네시 공장을 내년 2월 가동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번 세이프가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3분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두 회사가 잇따라 현지 가동공장 조기 가동과 물류시설 확보 등에 나서면서 세이프가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현지 가전 소매업체와 소비자들은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 등을 우려하며 트럼프 정부에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게재하는 경제전문가 존 탬니는 현지시간 29일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세금 인하를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세이프가드는 미국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세금을 올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삼성·LG전자, 미국 물류시설 잇단 확보… 세이프가드 '대응'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