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하루만에 4700대 예약 건이 접수된 쉐보레의 볼트 전기차. (사진=한국GM)
지난 17일 하루만에 4700대 예약 건이 접수된 쉐보레의 볼트 전기차. (사진=한국GM)
서울 거주자 A씨(남성)는 최근 10만원의 계약금을 내고 볼트(쉐보레)와 코나(현대) 전기차를 동시에 예약 신청했다. 두 차종의 충전 주행거리가 최대 380~390㎞로 비슷하고, 보조금을 받으면 실제 구매 가격의 차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그는 "하나만 신청하면 구입 확률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돼 2개 모델을 중복 예약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전기차 사전예약 열기가 뜨겁다. 한국GM과 현대자동차가 지난 15일 같은 날 사전계약에 들어갔는데 전기차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전국의 완성차 매장이 접수받은 계약 숫자를 통계로 잡아보니 벌써 신청자 수가 올해 정부가 마련한 전기차 보조금 예산 2만대를 넘어섰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영업점 등 시장에선 실제로 초기 계약 숫자엔 허수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볼트와 코나, 혹은 아이오닉을 모두 예약한 '중복구매'를 고려하지 않은 사전예약 숫자여서다.

29일 서울 강북에 위치한 현대차 대리점에 코나 일렉트릭 예약을 받는지 문의해 봤다. 영업점 관계자는 "코나 전기차는 현재 예약대수가 1만5000대를 넘어섰다"며 "4월 출시 이후에 가격이 공개되고 보조금이 정해지면 허수가 상당히 많이 빠질 것으로 판단돼 지금 대기 주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3월까지 출고분은 이미 계약이 끝나 지금 주문하면 2년 정도 기다리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전기차 계약 건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뭘까.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신제품이 나오면서 충전 이용의 불편함에서 다소 자유로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부 보조금은 2만대 선이다. 자방자치단체별로 전기차 구매 신청 경쟁률이 높아지면 예약자 상당수가 보조금을 못받을 수 있다. 현재 계약금 10만원을 내고 예약한 사람들 중에서 보조금에 당첨되지 않으면 구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구매 신청자 가운데선 자동차를 이미 보유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들에게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고 싸게 구입할 수 있으면 좋고, 당첨이 안되도 그만인 차다. 새해 전기차 열풍이 거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