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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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끝난 판이다. 누가 들어오겠나?"

가상화폐 거래 재개가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투자자들의 낯빛은 어둡다. 실명제 실시와 함께 신규 투자가 사실상 제한되면서 기존 투자자마저 줄어드는 것은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져서다. 가상화폐 가격도 상승분을 반납하며 조정 장세를 띄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행된다. 거래자 계좌와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좌가 동일한 은행일 때 입출금이 허용된다.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에 계좌가 없다면 해당 은행의 계좌를 신규 개설해야만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신한은행·NH농협은행,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 업비트는 IBK기업은행과 거래 중이다.

가상화폐 신규 거래는 지난해 12월 말 정부의 투기 근절 특별대책 발표 후 꼬박 한 달 만에 재개되는 것이나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시장으로 신규 유입되는 투자자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투자자 A씨는 "가상화폐 시장 자체도 많이 위축돼 있을 뿐더러 실명제가 실시되면 예전같은 폭등 장세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변 지인들만 보더라도 당분간 투자 없이 관망만 할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폭등으로 돈을 벌었다는 투자자들이 사라진 자리에 '존버'(폭락장에서도 매도하지 않고 버티는 것을 의미)만이 남았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들려온다.

투자자 B씨는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번 투자자들은 이미 계좌를 정리하고 부동산 투자 등으로 옮겨갔다"며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이 '존버'하며 폭탄 떠넘기기만을 바라는데 누가 이 시장에 들어오겠냐"고 반문했다.

가상화폐는 정부가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속절없이 폭락했다.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지난 26일 한때 1152만원선으로 추락해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이달 6일 기록한 최고가 2598만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정부의 뭇매를 의식한 은행의 눈치보기식 영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 목적의 계좌 신규 개설을 허용하지 않고, 금융거래 목적 확인 절차를 강화한 까닭이다. 소득 증빙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주부나 학생 등은 통장 개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규투자를 허용했음에도 은행이 계좌 개설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국 당국이 신규 거래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며 "계좌 개설과 관련해 고객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를 비판하는 여론도 꾸준하다.

지난 27일 마감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은 22만8200여명이 동의를 표했다. 청와대는 한 달간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에 한 달 이내로 답변한다는 기준에 따라 이 청원을 '답변대기' 상태로 분류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