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근무시간에는 웬만하면 서로 말을 걸지 않는다. 점심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사장 주재 임원회의는 금요일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안에 끝난다.

"3C 줄이니… 야근 안해도 일 끝낼 수 있던걸요"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그룹에서 나타난 변화다. 신세계 임직원들은 이달 초부터 오전 9시~오후 5시 하루 7시간 근무하고 있다. 일부는 업무 특성에 따라 오전 8시 출근, 오후 4시 퇴근과 오전 10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등으로 유연하게 일한다. 주 35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약 한 달, 신세계 관계자는 “집중 근무시간을 도입하고 임직원들이 각자 시간 낭비를 줄이면서 업무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신세계는 ‘9 to 5제’를 시행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오후 5시 정시 퇴근 정착을 위해 도입한 5시30분 ‘PC셧다운제’가 대표적이다. 요즘은 야근하려면 사전에 담당 임원의 결제가 나야 PC를 사용할 수 있다. 야근이 잦은 부서가 공개되고, 해당 임원·부서장은 벌칙을 받는다.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엔 오후 6시30분 이후 퇴근자 수가 본사 전체 인원의 32%에 달했지만, PC셧다운제가 도입된 이달엔 0.3%(5명)로 급감했다.

이마트는 오전 10시~11시30분, 오후 2~4시를 집중 근무시간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흡연실과 휴게실 문이 잠긴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직원들끼리 잡담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이 주재하는 임원회의 풍경도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는 매주 금요일 오전 8시부터 임원회의를 했다. 회의 시간은 보통 2시간. 때론 오전 내내 회의가 지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임원회의 시작이 오전 9시로 늦춰졌다. 회의 시간도 사내 지침에 따라 한 시간을 준수하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OOO 상무님 자리에 계신가요?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와 같은 질문이 이제 필요 없다. 전 임원의 일정이 사내 인트라넷에 공유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난 15일부터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전 임원 일정이 월 단위로 ‘회의’ ‘출장’ ‘외부 업무’ 등의 항목으로 공유된다.

직원식당 이용도 증가했다. 점심 시간(오전 11시30분~낮 12시30분)을 엄수하자는 캠페인을 벌인 결과 이달 본사 직원식당 이용자 수는 지난달보다 22% 증가했다. 이마트는 17일부터 효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직원식당 ‘테이크아웃’ 도시락 서비스를 시작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