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방산전시회(AUSA)에서 한화 관계자가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통합 전시부스에서 생산 무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방산전시회(AUSA)에서 한화 관계자가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통합 전시부스에서 생산 무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이 오는 3월 미국 워싱턴DC에 방산 분야 마케팅을 위한 현지 사무소를 열기로 했다.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 K9 자주포, 국산 대공유도무기 ‘비호복합’ 등의 수출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방산업체 중 전 세계에 탄약을 공급하는 풍산을 제외하곤 미국 수출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요구하는 미국 방산시장은 국내 방산업계에 ‘넘지 못할 벽’으로 여겨졌다. 한화그룹은 이 벽을 뛰어넘어 이르면 3년 내 수출을 성사시키겠다는 목표다.

워싱턴 전진기지 세우는 한화… 미국 방산시장 뚫는다
K9, 비호복합 미국에서 통할까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한화테크윈 미국사업실장인 버나드 샴포 부사장 주도로 워싱턴DC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 인근에 사무소를 얻기로 했다. 3월 초순 사무소 개소에 맞춰 샴포 부사장을 비롯해 한화테크윈 내 미국사업실 소속 임직원을 보내고 미국 방산전문가도 고용할 예정이다. 샴포 부사장은 워싱턴DC 사무소장을 맡아 현지에 상주하며 미국 영업 전반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미국 펜타곤 인근에는 록히드마틴, 보잉, BAE 등 글로벌 방산업체들의 사무소가 집결해 있다. 미 국방부 담당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긴밀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한화그룹은 미국에 수출이 가능한 무기로 한화지상방산의 K9 자주포와 한화디펜스의 비호복합을 꼽았다. 미군이 보유한 자주포는 사거리가 짧고 노후화했기 때문에 사거리 40㎞ 이상에 최신 무기인 K9 자주포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비호복합 역시 미군 내 같은 제품이 없어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기존 30㎜ 자주대공포 ‘비호’에 유도 무기를 탑재한 것으로, 쌍열포와 유도미사일의 강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어 대공방어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수출의 필수 조건인 현지 생산기반을 갖추기 위해 미국 방산업체 인수나 합작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의 항공전자 및 통신부품, 한화테크윈의 항공엔진 부품 등도 워싱턴DC 사무소를 통해 현지 방산업체에 납품을 추진할 전망이다.

왜 미국 시장인가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 등을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 방산업체로 부상했다. 이 여세를 몰아 2025년까지 매출 12조원, 영업이익 1조원의 글로벌 10위 방산업체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2016년 한화그룹 전체 방산 매출은 4조3800억원이었다.

협소한 국내 방산시장에서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해외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선적 공략 대상은 미국이다. 한화는 지난해 5월 샴포 전 주한 미8군 사령관을 한화테크윈 부사장으로 영입하고 미국사업실을 신설했다. 또 지난해 10월 미 육군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방산전시회(AUSA)에 국내 방산업계 최초로 국산 무기를 실물로 전시했다.

한화그룹은 진입 요건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미국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하면 다른 국가로의 수출이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화의 주요 수출국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과 중동 일부 국가다. 지금까지 국내 방산업계에서 미국 시장을 뚫은 곳은 풍산이 유일하다. 풍산은 미국에 탄약을 수출하면서 제품이 신뢰를 받기 시작해 중동, 남미 등 67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