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과장광고하면 소비자가 직접 고발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위·과장광고에 대해 소비자의 직접 고소·고발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담합과 허위·과장광고, 제조물책임법 위반에 대해선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소비자 권익 보호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 방지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기반 조성 △혁신 경쟁 촉진 △법 집행체계 혁신을 5대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공정위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가맹법 유통법 대리점법 하도급법에 이어 표시광고법에서도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허위·과장광고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다. 국회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소비자가 직접 고소·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위는 애초 기업 부담을 이유로 소비자 고소·고발에 유보적이었지만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이번에 업무계획에 포함했다.

공정위는 또 증권 분야에 시행 중인 집단소송제를 담합, 허위·과장광고, 제조물책임법 위반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올해 안에 공정위와 집단소송제 확대 방안을 논의해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가습기 살균제 사태’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등 제품 결함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면 집단소송이 가능해진다. 집단소송으로 원고가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배상받을 수 있다.

허위·과장광고하면 소비자가 직접 고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고소·고발을 허용하고 담합과 제조물책임법 위반 등으로 집단소송제를 확대하는 방안은 그동안 경제계가 ‘블랙컨슈머에 의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우려해온 사안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집단소송제를 확대하고 (표시광고법과 관련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면 반(反)기업 정서를 이용한 ‘기획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도 지난해 11월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TF(태스크포스)’ 중간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표시광고법과 관련한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 “전단을 뿌리는 행위 등 모든 기업의 대외 홍보활동이 적용 대상이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소·고발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는 ‘경제력 남용 방지’도 강조했다. 우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에 대해서는 수혜자와 가담자 모두 원칙적으로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는 대기업 상장 계열사의 기준을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기업집단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브랜드 수수료 산정 기준도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 기준도 손보기로 했다. 동일인 기준을 바꿔 현재 의식불명 상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대신 이재용 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대신 신동빈 회장을 ‘기업 총수’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혁신경쟁 촉진을 위해 제약사와 반도체 분야에서 부당한 특허권 행사를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신산업 분야 독과점 형성 방지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M&A) 신고·심사에 주식 인수가액 등 거래가치 기준을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 페이스북이 2014년 와츠앱을 인수할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 독과점이 우려됐지만, 공정위는 와츠앱 매출이 적어 기업결합심사를 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법집행체계 혁신을 위해 38년 만에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외부 전문가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정 방안을 검토하도록 할 계획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