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겨울 8번의 전력 수요감축 요청(급전지시)을 내린 이유를 “이상 한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전력수요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예상치를 뛰어넘은 것도 최근 날씨가 이례적으로 추워져서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최강 한파' 때문이라는데… 급전지시 왜 잦아졌나
예를 들어 최대 전력수요가 8725만㎾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5일 기온은 영하 16도(서울 기준)였다는 것이다. 사흘 연속 급전지시를 내린 26일도 영하 17도 이하였다.

하지만 2008년부터 지난 10여년간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진 적은 올해까지 7번이나 된다. 그럼에도 2014년 제도 도입 후 2016년까지 겨울에 급전지시가 발령된 것은 두 번에 불과하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최근 매서운 한파가 몰려온 것은 맞지만 정부가 올해만 특별 케이스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8차 전력수급계획 예상치가 빗나가고 이번 겨울 들어 8번의 급전지시를 발령한 것을 모두 한파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8차 전력수급계획을 짤 때 과거 30년간의 기온 데이터를 평균해 사용했다”며 “그 때문에 최근 몇 년간 겨울마다 한파가 온 것이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8차 전력수급계획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정부는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30년 최대 전력수요를 100.5GW(1GW=100만㎾)로 예상했다. 2015년 7차 전력수급계획 때의 예상치보다 12.7GW를 줄였다. 8차 전력수급계획상 이번 겨울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는 8520만㎾였지만 이달 들어 최대 전력수요가 예상치를 계속 초과하고 있다.

또 다른 에너지 전문가는 “8차 전력수급계획을 짠 지 한 달도 안 돼 예측치가 빗나갔다는 게 드러났다”며 “시작부터 기준점을 잘못 잡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최대 전력수요가 예상치를 더 크게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8차 전력수급계획은 2031년까지의 예상치를 담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오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