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난방비 올랐는데 출하가격은 40%↓…"팔수록 손해"

"겨우내 애지중지 키운 꽃인데…팔면 팔수록 손해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네요."
청탁금지법·수입산·최강 한파에 화훼농가 '삼중고'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소비가 급감, 된서리를 맞았던 화훼농가가 수입산 꽃에 이어 유례없는 한파까지 닥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인건비와 난방비는 오르는데 겨울철 판매량이 줄어 출하가격은 되레 40% 하락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뇌조리에서 20년째 장미를 키우는 임주완(50) 씨는 요즘 계속된 한파 때문에 이번 겨울 전기료 걱정이 태산이다.

4천㎡ 규모의 7개 비닐하우스 실내 온도를 22도로 유지하는데 드는 전기료는 통상 10월에는 250만원에 불과하지만, 추위가 닥치는 12월과 1월에는 500만∼670만원까지 껑충 뛰기 때문이다.

최근 닥친 한파로 임씨는 온실 보일러를 종일 가동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6일 파주 광탄면 지역이 영하 21.4도까지 떨어지는 등 요 며칠 영하 15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까지 나오면서 임씨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임씨는 "작년 1월 하우스 전기료를 살펴보니 480만원을 냈는데 이달에는 강추위가 지속해 670만원을 내야 한다"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 장미도 덜 팔리는 데다, 수입산 장미의 공세, 비싼 난방비 등으로 농사짓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달 전기세가 510만원에 이어 이달 670만원"이라면서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 2명의 월급까지 더하면 이달에만 1천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난방비 증가로 원가는 상승하지만, 출하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청탁금지법 이후 관엽수나 화훼류 소비시장이 위축된 탓에 생산 원가 상승분을 출하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 최저임금 인상과 질 좋고 값싼 외국산 화훼가 들어옴에 따라 국내 화훼농가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시간당 6천470원에서 올해 7천530원으로 16.4% 올랐다.

에콰도르산 장미는 국산 장미보다 크기도 더 크고, 색깔도 다양해 소비자들이 국내에서 생산된 장미보다 더 선호하고 있다.

임씨는 "어제 화훼공판장에 장미 8박스(1천200송이)를 출하했는데 모두 유찰됐다"면서 "비싸게 난방비를 들여 애지중지 키운 장미가 수입산 장미에 밀려 유찰되면 폐기해야 한다.정말 농사를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인근 월롱면 위전리에서 장미를 키우는 문덕수(58) 씨도 상항은 마찬가지다.

문씨도 4천620㎡ 규모의 비닐하우스 7동을 운영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수입산·최강 한파에 화훼농가 '삼중고'
문씨는 난방비를 아끼려 지난해 2천여만원을 들여 다겹 커튼시설을 설치했다.

"지난해 1월 600만원의 전기세를 낸 문씨는 다겹 커튼 덕에 이달 650만원의 전기료가 나왔다"면서 "다겹 커튼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이달에만 800만원 가량의 전기세가 나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기를 돌려 온실 온도를 높여야 하고, 날씨가 더워지면 선풍기나 팬 등을 틀어 온도를 낮춰야 한다"며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면 추가로 인건비가 들기 때문에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나와 식구 둘이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와 전기료보다 더 걱정인 것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얼어붙은 소비심리다.

조리읍 뇌조리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우종성(62) 씨는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고 고개를 떨궜다.

2016년 9월 법 시행 이후 화훼농가에 닥친 한파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씨는 "농축수산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최근 청탁금지법상 농·축·수산물 선물비 상한선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지만, 아직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면서 "정부가 국내 화훼농가들을 위해 수입해 오는 꽃의 양을 조절해주고 한국 화훼농협은 농가들이 상시 꽃을 팔 수 있는 장소제공, 조합원들을 위한 환원사업 등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려운 화훼농가를 살리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꽃 소비 운동을 펼치고, 장기적으로는 가정에서 꽃을 기르는 자가소비 분위기도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