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진=신세계 블로그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진=신세계 블로그
결국 이커머스(e-commerce) 기업이었다.

유통으로 시작해 식품, 화장품, 가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신세계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온라인 업체로 탈바꿈한다.

전국 150여개 오프라인 매장 보유로 국내 최대 구매력을 자랑하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앞세워 합리적인 가격, 소비자 맞춤형 상품 등으로 오는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26일 BRV캐피탈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 등 두 곳으로부터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향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합병하고,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할 신설 법인을 설립한다.

당초 신세계그룹은 11번가, 티몬 등 여러 이커머스 기업 인수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해왔지만, 이들 이커머스의 경영권을 원했던 정용진 부회장과 피인수 대상 기업들 간의 의견이 안맞아 결국 자체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대규모 투자에 외국계 투자운용사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배경은, 온라인몰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은 각각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2017년 3분기(7~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4% 이상의 외형(매출) 신장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신세계와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 출점 계획이 없다. 이번 투자 유치는 온라인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국내 이커머스 1위에 올라서겠다는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 측면에서 실속을 챙겼다"며 "종합 이커머스 기업으로 온라인 부분의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식품과 패션에 특화된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의 비용 효율화가 기대된다"며 "올해 이마트몰의 흑자전환 전망 등을 감안하면 온라인 부문에서 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까사미아 인수 결정을 포함해 최근 발표됐던 합병 계획 중 거의 최고 수준으로 신선하다"며 "기존 온라인 사업자들을 인수할 경우 자금 부담이 우려되지만 이번 결정으로 실속을 챙겼다"고 전했다.

최근 수년간 온라인 사업자들은 업계간 출혈경쟁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 인수할 경우 부담이 크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 부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내세워 투자를 유치한 것은 실속있는 판단이란 분석이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는 것은 그 이상의 기업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온라인 부분의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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