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25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신성환 금융연구원장, 최 위원장,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25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신성환 금융연구원장, 최 위원장,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5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금융회사가 가진 개인정보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신용카드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정책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쪽으로만 바뀌었다”며 “핀테크 기업과 소상공인이 금융 분야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특히 “개인정보로는 통신정보 의료정보 쇼핑정보 금융정보 등이 있을 텐데 금융 관련 데이터는 건강정보처럼 민감하지 않다”며 “신용정보회사나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에 관해서도 여러 번 언급했다.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작게는 금융업계 내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금융회사를 출현시키는 등 경쟁을 촉진하고, 크게는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최 위원장은 금융 지원 대상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 차주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다만 “상환 의지와 능력이 안 되면 금융 지원보다는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대해선 “계열사 내 위험 전이를 막자는 차원”이라며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선 “경영진이 적절한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사 빅데이터 활용해 핀테크 활성화… 연내 신용정보법 고칠 것"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금융그룹 통합감독이 필요할 정도로 현재 감독 수준이 불충분한가. 이미 은행법 공정거래법 등 규제가 많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과도한 규제가 안되도록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만일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진행할 것이라면 금산분리원칙을 완화할 생각이 없는지 궁금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 기업은 7개 정도로 많지 않다. 제도의 취지는 같은 금융회사를 포함한 계열사 간 위험 전이를 막자는 것이다. 2014년 동양증권 사태를 보면 다른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사에 전이됐고, 소비자 피해까지 대규모로 발생했다.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해선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받을 때 은산분리 규정 예외조치를 해주겠다고 발표하고 시작했지만 (관련 제도는) 한치도 움직이지 못했다. 다른 분야에까지 금산분리 완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한다. 관련 우려가 더 없어지고 이젠 해볼 만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때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금융정책과 복지정책을 구분해야 한다. (채무 상환과 같은) 자생력 회복을 돕는 것이 금융정책이다. 자생력 확보가 어려운 이들에 대해선 세금투입을 통한 복지정책을 펼쳐야 한다.

▷최 위원장=적극 공감한다. 상환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사람에겐 돈을 빌려줄 게 아니라 복지를 지원해야 한다. 상환 능력과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선 안된다. 물론 상환 의지가 있다면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다만 주요 20개국(G20)이 국제적으로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장기적으로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허리띠를 졸라매 비용을 절감하는 것보다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2008년 겪었던 금융위기를 비교적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을 봐도 규제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야 경제의 산출 효과가 극대화된다.

▷최 위원장=공감한다. 철저한 연구분석을 통해 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서 핀테크산업에 대해선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규정이 모호한 건 ‘우선 하게 하고 본다’는 방침이다. 2~3년간 규제 유예기간을 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금융특례를 핀테크 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마련하겠다.

▷안건준 한국벤처기업협회 회장=정부는 벤처기업이 중요하다고 강조를 많이 하지만 6만5000개가량의 스케일업 벤처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스타트업 벤처기업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스케일업 벤처기업 중엔 일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공 기회를 갖고 있는 곳도 많다. 하지만 현장에서 금융회사들은 재무제표의 숫자만 보고 있다.

▷최 위원장=스타트업 기업 등에 대한 투자는 많았지만 성장단계에 있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창업-성장-투자금 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도록 노력 중이다. 많은 벤처기업이 창업 초기 기술 개발과 시장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운전자금 부족 등으로 7년을 못 넘기고 폐업하는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겪고 있다. 적어도 자금부족으로 데스밸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덜하도록 하겠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회계 개혁도 했다. 분식회계에 대한 과징금 조항을 신설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가 6조원가량이었는데 그땐 자본시장법상 공시위반만 적용해 45억원의 과징금만 물렸다. 최근 개정된 외부감사법을 적용한다면 과징금 규모는 1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포용적 금융, 서민에 대한 금융 지원은 현재 정부 정책만으로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금융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금융지식이 쌓여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금융교육을 해야 한다.

▷최 위원장=금융교육의 중요성이 정말 크다. 정부가 민간 차원에서 하는 금융교육을 계속해서 지원하겠다. 실제 요즘 대학생 사이엔 ‘IT전당포’라는 말이 있다. 돈이 필요해 노트북과 같은 IT기기들을 전당포에 맡긴다는 뜻이다. 대학생뿐 아니라 주부들도 전용 대부업체가 등장할 정도로 대출받기가 힘들다. 이들에 대한 금융교육뿐 아니라 금융지원도 강화하겠다. 이들이 전당포와 대부업체를 찾는 것은 금융회사를 이용한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거절해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휴대폰 요금 납부 실적을 대출심사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 활용, 포용적 금융의 내실화 등을 위해서라도 관련 법 개정 등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있다. 금융 취약계층은 정부의 정책자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금리 정책자금인 사잇돌 대출의 공급 규모를 올해 1조원 확대할 방침이다.

▷현오석 국립외교원 석좌교수(전 경제부총리)=연구개발(R&D), 빅데이터 등 무형투자를 늘리는 금융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에선 주식시장의 경우 90%를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한다. 무형투자를 늘리고 있다. 금융회사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도 데이터가 중요해져서다. 진입자는 금융소비자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금융사 빅데이터 활용해 핀테크 활성화… 연내 신용정보법 고칠 것"
▷최 위원장=(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개인정보보호에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 개인신용조회회사(CB)나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지만, 다른 기업이 이 정보를 활용할 수가 없다. 핀테크 업자나 소상공인이 창업하려면 어디에서 어떤 품목을 팔면 좋은지 알아야 하는데 아무도 이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점을 올해 신용정보법을 개정하면서 참고하겠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3~4년 전부터 조선 해운 건설 철강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 정부는 해운 구조조정을 할 때 재무적인 측면만 고려하다 보니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에서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도 고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산업적 측면, 즉 고용과 지역경제를 고려하면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적 요소가 가미되면 구조조정이 잘 안 된다. 특히 조선업 같은 경우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최 위원장=여태까지 채권금융기관들이 중심이 돼 기업의 재무적 측면만 봐서 구조조정을 해왔다. 이유는 구조조정을 늦게 시작해서다. 회사의 문제가 바깥으로 드러났을 땐 이미 어려워진 다음이다. 그때 필요한 건 돈밖에 없다. 처음부터 업황을 예측하고 기업 취약점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하면 좋지만 쉽지 않다. 혁신모험펀드 등을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시장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도록 한다면 기업의 부실 징후를 좀 더 일찍 발견하고, 구조조정도 상대적으로 빨리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계속해서 노력하겠다.

박신영/정지은/김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