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경제가 3%대 성장률을 회복했다. 3년 만이다. 반도체가 이끈 수출이 큰 폭 증가한 덕분이다. 좀체 살아나지 않던 소비도 개선됐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연간으론 플러스 성장이지만 4분기엔 역성장했다. 마이너스 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이다. 불안한 성장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4분기 역성장… 기저효과? 불안한 전조?
◆3%대 성장 회복했지만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작년 GDP는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3%대 성장률은 2014년(3.3%) 이후 3년 만이다. 세계 경기호조에 힘입어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급증한 효과가 컸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 증설이 이뤄지며 설비투자 증가율도 14.6%로 2010년(22.0%) 이후 가장 높았다. 물론 반도체 등 특정 품목을 빼면 수출 여건을 좋게만 보기 어렵다. 부진한 자동차·조선 수출이 대표적이다.

소비도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보였다. 민간소비는 2.6% 증가하며 2011년(2.9%) 이후 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효과에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재정집행이 주효했다.

◆뒷걸음질 친 4분기

작년 말로 갈수록 숫자가 안 좋게 나온 점은 찜찜한 대목이다. 4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3%)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4분기 역성장은 3분기 1.5%의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탓이 컸다. 10월 초 최장 열흘에 달하는 장기 추석 연휴를 앞두고 3분기에 해당하는 9월 말에 소비를 미리 끌어쓰고, 수출도 앞당겨 밀어낸 영향도 한몫했다. 4분기 수출은 전 분기에 비해 5.4% 감소했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작년 4분기 성장률만 떼놓고 보는 것은 전체를 오독할 가능성이 있다”며 “견실한 성장은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성장 전망

전문가들은 기저효과를 배제하더라도 4분기 역성장 자체는 불안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과거에도 한때 경기가 좋아지면서 분기 ‘깜짝 성장’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다음 분기에 곧바로 마이너스로 주저앉은 사례는 많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성장을 견인한 설비와 건설투자가 4분기부터 꺾이는 조짐을 보인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에도 3%대 성장을 기대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회복세가 4분기에 꺾인 데다 올 1분기 체감 경기도 녹록지 않아서다. 특히 원화 강세, 유가 상승, 금리 상승 등 이른바 ‘신(新)3고(高)’ 현상으로 경영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건설투자 둔화도 불가피하다. 수년간의 공급 확대로 신규 수주가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비용 인상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실물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주도성장 등 소비 측면의 진작만으로는 올해 부정적 변수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며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