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월실적보고 하지 마라"…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의 실험
신한생명이 지난해 전국 영업점 170여 곳에서 시행하던 ‘마감보고’ 제도를 폐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마감보고는 각 지점들의 영업실적을 평가하고, 지점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보험사가 매달 말 시행하고 있다.

신한생명이 마감보고를 폐지한 데는 ‘직원들을 믿어야 회사가 잘된다’는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사진)의 경영 원칙이 반영됐다. 마감보고 제도의 당초 취지와 달리 그동안 허위보고와 불완전판매가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는 게 신한생명의 설명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매달 말 예정된 마감보고 직전에는 계약 건수가 급증하는 등의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실적에 부담을 느낀 지점장들이 판매실적을 부풀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한생명은 이 사장 취임 직전 해인 2015년 전체 생명보험사 중 불완전판매 비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당시 마감보고 제도의 폐지를 놓고 임원회의에서는 적지 않은 반대가 있었다. 대부분 임원은 ‘마감보고를 폐지하면 영업점을 평가할 수단이 없어진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직원들을 믿는다”며 “지점장에게 판매 전권을 주겠다”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마감보고를 폐지한 결과 불완전판매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신계약 건수도 마감보고 폐지 직전 해인 2016년(95만 건)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보고서 형식도 바꿨다. 각 부서에서 만드는 보고서는 간략하게 한 장으로만 작성하라고 주문해 직원들의 ‘페이퍼워크’ 업무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부터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2주 휴가’와 ‘PC 오프’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PC 오프는 매일 오후 6시30분이 되면 회사 전체 컴퓨터가 일시에 꺼지는 제도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직원들을 믿어야 회사가 잘된다’는 이 사장의 경영 원칙이 직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