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 60조원을 넘기고(61조3천963억원) 영업이익에서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2조4천685억원을 벌어들인 데는 TV·생활가전 등 가전제품의 활약이 컸다.

프리미엄 라인업과 혁신 제품을 중심으로 TV,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등의 시장을 이끌며 '가전의 명가'라는 세간의 평판을 재확인했다.

2016년 말 임기를 시작한 조성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선 첫해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더 자신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 프리미엄·신성장 가전이 실적 견인
25일 발표된 LG전자의 작년 연간 실적을 보면 세탁기·냉장고 등을 제조하는 H&A사업본부와 TV·오디오 등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트윈워시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같은 신(新) 성장제품을 내세운 H&A본부는 매출액(19조2천261억원)과 영업이익(1조4천890억원), 영업이익률(7.7%)에서 각각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최상위 라인업인 OLED TV와 그 아래 프리미엄인 나노셀 TV를 '투 톱'으로 삼아 '듀얼 프리미엄' 전략을 펼친 HE본부 역시 영업이익(1조5천667억원)과 영업이익률(8.4%)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 결과 TV와 생활가전을 합친 가전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3조557억원에 달하며 역시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2조5천500억원)보다 5천억원 이상을 더 벌어들인 것이다.

전자업계에서는 통상 '레드오션'으로 여겨지는 가전사업에서 7∼8%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것을 이례적인 성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OLED TV와 트윈워시,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이 국내외에서 선전한 데다 건조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 신성장 제품들이 가세하면서 호실적을 일궜다"고 말했다.

특히 LG전자는 OLED TV를 발판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에 크게 고무돼 있다.

프리미엄 TV 시장은 그 자체가 수익성이 높은 황금 시장이면서 그 하위 제품들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TV 시장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지난해 TV 담당인 HE본부가 매출액(18조6천737억원)에서는 가전 담당인 H&A본부(19조2천261억원)에 밀리고도 영업이익에선 앞선 것(1조5천667억원 대 1조4천890억원)도 OLED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 조성진 부회장, 첫해 호실적으로 동력 '배가'
TV·생활가전이 펄펄 난 반면 스마트폰(MC사업본부)는 여전히 적자 늪을 헤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연간으로 7천172억원의 적자를 봤다.

2016년에 비해 5천9억원 적자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사업구조 개편, 인력 재배치, 생산 효율화 등 비상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숙제가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각종 4차 산업혁명의 허브 단말기가 될 개연성이 큰 스마트폰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LG전자도 스스로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더 큰 폭의 수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브랜드를 변경하고 출시 시기도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전자가 새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는 여전히 적자(연간 632억원)였지만 매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LG전자는 VC사업의 경우 아직 투자 단계인 만큼 사업 규모를 키워가는 게 우선 과제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중 분기 기준으로 첫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성진 부회장으로서는 임기 첫해에 굴지의 실적을 일궈내며 경영 능력을 입증하게 됐다.

조 부회장은 작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가전전시회) 2017'에서 ▲ 수익성 기반의 성장 기조 ▲ 품질 최우선 ▲ 1등 체질과 스마트워킹 내재화 등을 3대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