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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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스니커즈' 들어 보셨나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이슈가 되고 있는 '평창 굿즈'입니다. 깔끔한 화이트 스니커즈가 단돈 5만원이어서 롱패딩에 이어 또 한 번 인기몰이를 하고 있죠.

하지만 이 평창 스니커즈. 사고 싶다고 다 살 수 있는 제품이 아닙니다. 품귀 현상 때문이냐구요? 아닙니다. 눈 앞에 제품을 두고도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자 카드'가 없다면 말이죠.

평창 스니커즈 판매대 앞에는 예외 없이 현금 혹은 비자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고 써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평창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가 도로 집어넣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그렇다면 온라인 스토어를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역시나 '해당 제품 결제시 VISA카드/현금 결제만 가능합니다'라는 공지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그럼 비자카드가 없는 사람은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걸까요? 현금만 된다면 혹시 체크카드는? 물론 불가능합니다.

비자카드가 없는 사람이라면 가상계좌를 통한 현금 입금으로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죠.
사진: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온라인 스토어
사진: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온라인 스토어
그렇다면 왜 비자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는 평창 올림픽에서 사용할 수 없는 걸까요?

바로 비자가 올림픽 결제서비스 독점권을 보유한 파트너사이기 때문입니다. 비자는 코카콜라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올림픽 공식 파트너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인데요. 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부터 지금까지 공식 파트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비자의 독점 권리는 오는 2020년 열릴 도쿄 하계 올림픽까지 유지됩니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올림픽과 관련된 마케팅을 실시할 수 있는 스폰서들을 'TOP(더 올림픽 파트너)'이라고 부릅니다. 올림픽 파트너는 각 분야별로 1개사만 선정되는데요. 이번 평창 올림픽에는 코카콜라·알리바바·아토스·브릿지스톤·다우·제너럴일렉트릭·인텔·오메가·파나소닉·피앤지·삼성·도요타·비자 등 13개사만이 선정됐습니다.

이 아랫 등급으로는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으로 치면 한국이겠죠? 개최국에서 단독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공식 스폰서가 있습니다. 맥도날드, KT, 노스페이스, 대한항공,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이 공식 스폰서입니다.

즉 올림픽에서 비자카드만 사용 가능한 건 평창 올림픽 뿐만 아니라 앞선 소치나 내후년의 도쿄 등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다만 현금 사용률이 높은 외국에 비해 한국은 카드 사용률이 높아 이런 불편함이 더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림픽 파트너나 스폰서가 아님에도 올림픽 이슈를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 SK텔레콤이 피겨여왕 김연아를 내세운 광고를 만들었던 것 기억나시나요? 김연아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을 하거나 컬링 경기에 나서서 "씨 유 인(See you in) 평창~"을 외치는 내용의 광고였죠. 이 광고는 이제 볼 수 없습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평창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광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마케팅을 '앰부시(ambush, 매복) 마케팅'이라고 부릅니다. 올림픽 로고나 명칭은 사용하지 않으면서 개별 선수를 후원하거나 특정 종목·문구를 활용해 효과를 얻는 기법이죠.

앰부시 마케팅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경우 평창올림픽 조직위와 IOC가 모두 '지나치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 광고가 중단됐죠.

올림픽 공식 파트너들은 연간 수천만 달러의 돈을 IOC에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점 결제권을 갖거나 홍보에 로고를 이용하는 것은 그에 따르는 권리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비자카드가 없는 사람은 현금 외엔 방법이 없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다른 종류의 카드를 보유한 사람들을 위해 선불카드를 판매하거든요. 평창올림픽 선불카드는 비자와 제휴를 맺은 롯데카드가 판매하고 있습니다.
[김아름의 왜&때문에]'평창굿즈' 비자카드만 결제되는 이유
이 선불카드는 전국 롯데백화점에서 구매가 가능하고 올림픽이 열리는 현지에도 판매 부스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물론 선불카드는 모든 종류의 카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출이 이뤄지는 기념품 판매소마다 선불카드 판매 부스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하니 큰 불편은 없길 바라 봅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