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삼성증권] 풍부한 자본으로 '발행어음 未인가' 극복 가능… 주가 상승여력 충분
삼성증권은 삼성그룹 계열 증권사다.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산업에서 ‘삼성’이라는 이름은 상당한 프리미엄을 갖는다. 생명보험 시장에서 삼성생명, 손해보험 시장에서 삼성화재의 시장 점유율이 이를 입증한다.

삼성증권도 삼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리테일 부문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고액자산가 관련 실적에서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된 모습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삼성증권의 1억원 이상 고액자산가(HNWI) 개인고객 수는 약 10만 명이다. 이들의 평균 자산 규모는 약 10억원이다. 전체 고액 예탁자산은 약 100조원 수준이다.

리테일 시장에선 영향력이 크지만 삼성증권의 증권업계 순위는 1위가 아니다. 자산, 자기자본, 매출, 시가총액 등에서 삼성증권은 업계 3~5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다른 삼성 계열사들이 대부분 각자 업종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가장 큰 원인은 지금까지의 보수적 투자와 영업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발 빠르고 적극적인 지렛대(레버리지) 투자를 바탕으로 한 높은 수익 창출이 금융투자업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면, 지금까지 삼성증권은 ‘삼성’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 초대형 투자은행(IB)에는 지정됐지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보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요인은 오히려 삼성증권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먼저 삼성증권은 최근 유상증자 이후 자본 활용 관점에서 과거와 달리 공격적이고 과감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 삼성증권이 과거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고수익을 지향하는 증권사다운 회사가 될 것으로 본다.

두 번째 이유는 적극적 자본활용과 양호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행어음 인가 보류라는 단점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행어음은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만기 1년 이하 자금을 기업금융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삼성증권은 높은 자체 투자 여력을 활용해 조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필요한 자금은 회사채를 통해 낮은 이자로 조달 가능하다. 삼성증권은 부채비율이 작년 3분기 말 기준 727%다. 주요 경쟁사보다 낮은 편이다. 부채비율이 낮은 건 지금까지 타사보다 보수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향후 투자 여력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약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조달했다. 3년 만기에 조달금리는 2.51~2.53%로, 다른 증권사의 발행어음 금리(1년 만기 기준 2.3%)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 이처럼 자체 자본력과 자금조달 능력을 활용한 적극적 투자활동을 통해 발행어음 사업을 하지 못하는 한계를 일정 부분 극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예상하고 있는 삼성증권의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6%다. 증권업 환경변화에 따라 그 이상의 실적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520포인트, 코스닥지수가 880포인트까지 상승하고 일평균 거래대금이 15조원을 넘어서는 등 과거보다 주식시장 환경이 크게 좋아지면서 금융투자업계의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투자은행(IB), 금융상품, 상품운용 사업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증권은 공격적인 자본활용 확대를 통해 타사 대비 높은 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체질 개선과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도 삼성증권 주가는 낮은 편이다. 삼성증권의 올해 실적 전망치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0.79배에 불과하다. 현 주가는 발행어음 인가획득 실패라는 악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발행어음 미인가는 삼성증권의 조달능력과 자본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 현 주가는 악재가 과하게 반영된 저평가 상태로 투자 매력이 높다고 판단한다.

최근 삼성증권은 보수적 투자 및 영업으로 인한 업계 순위 하락, 대주주 관련 문제로 인한 발행어음 미인가 등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지금은 자본활용 확대 등 체질을 적극적으로 개선시켜 나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환경도 과거보다 좋아졌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정준섭 < 유안타증권 연구원 junsup.jung@yuanta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