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에 원전사고 무한책임 떠넘기는 원안위
정부가 대규모 원전 사고가 났을 때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무제한 책임을 묻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사진)은 24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원전 사고 시 사업자의 무제한 책임 원칙을 원자력손해배상법에 적용하고 실질적인 배상액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현행 원자력손해배상법에 따르면 원자력 사고 시 한수원의 법정 손해 배상 책임한도는 원전 부지당 5000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일각에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발생한 손해배상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75조원에 이른다며 사업자 배상 책임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 위원장은 “현행 규정으로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중대 사고가 났을 때 국민이 입을 손해를 배상받을 길이 없다”며 “배상금 한도를 얼마나 늘릴지 전기료 인상에 미칠 영향을 포함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계와 원자력계에선 사업자 무한 책임제 도입을 두고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 교수는 “한수원이 정부를 대신해 원전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사업자에게 무제한 책임을 묻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배상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결국 전기를 쓰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연구계 관계자는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고 궁극적으로 정부가 관리하는 원전의 사업자에게만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진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취임한 강 위원장은 원자력을 전공했지만 대표적인 탈(脫)원전 성향의 인사로 지목돼왔다. 강 위원장은 위원장 선임 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주장한 이유에 대해선 “단일부지에 원전 여러 기가 집중되면 위험하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지 새 부지에 지었다면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탈원전주의자가 아니며 앞으로 안전 규제 당국자로서 원전 문제를 보겠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