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테니스 메이저대회 4강에 진출한 정현(22)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착용한 티셔츠부터 고글까지 아이템 모두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16강전에서 맞붙었던 전 세계 랭킹 1위 조코비치와 경기 종료 후 손을 맞잡은 모습. ◎조코비치 SNS 캡쳐
대한민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테니스 메이저대회 4강에 진출한 정현(22)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착용한 티셔츠부터 고글까지 아이템 모두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16강전에서 맞붙었던 전 세계 랭킹 1위 조코비치와 경기 종료 후 손을 맞잡은 모습. ◎조코비치 SNS 캡쳐
유통가(街)도 '정현 신드롬'이다.

지난 22일 2018 호주오픈에서 전(前) 세계 랭킹 1위이자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경험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은 데 이어 24일 이 대회 다크호스였던 테니스 샌드그렌(미국)마저 제압하자 정현이 착용한 아이템까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스포츠 고글이다. 정현은 유치원 때 이미 고도근시와 약시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시력이 좋지 않다. 정현에게 붙어 있는 '교수'라는 별명도 테니스 선수들이 경기 중 잘 착용하지 않는 안경(고글) 때문에 붙여졌다.

정현이 착용한 스포츠 고글은 미국 '오클리(Oakley)'의 '플락 베타' 모델이다. 가격은 20만원 중반대다. 오클리는 197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창업한 스포츠 안경·장비 전문 브랜드다. 국내에서도 테니스, 등산, 사이클 동호회를 중심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브랜드다.

정현은 연간 5~6개가량의 오클리 제품을 착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주로 착용하고 있는 플락 베타 모델 전에는 '플락 재킷' 제품을 2~3년간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클리 관계자는 "정현 선수가 코트를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고글이 잘 벗겨지지 않는 것은 땀이나 비에 미끄러지지 않는 특수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색채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데다 내구성이 좋은 렌즈를 사용해 스포츠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 선수가 경기 도중 고글을 벗고 땀을 닦거나 중계방송 화면에 얼굴 등이 잡힐 때마다 오클리의 고글이 자주 노출되면서 구매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클리 관계자는 "지난 22일 조코비치와의 경기 이후 평소보다 본사로는 5배, 매장으로는 10배가량 주문 문의가 늘었다"며 "특히 평소 운동을 하는 동호회분들을 중심으로 구매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은 지난 16강전에 이어 이날 8강전에서도 프랑스 캐주얼 브랜드 라코스테 티셔츠를 입었다. 손목밴드 역시 라코스테 제품이다. 라코스테는 2016년 정현과 5년간 공식후원계약을 체결했다.

라코스테의 창업자인 르네 라코스테는 1927년 테니스 월드 챔프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테니스 전수다. 그는 경기에서 직접 뛴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스포츠 웨어 브랜드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악어 마크가 붙어 있는 피케 소재의 티셔츠가 유명하다.

정현은 16강전 이후 조코비치와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 "We are CROC FAMILY(우리는 악어가족)"라고 썼다. 조코비치 역시 정현 선수처럼 라코스테의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밖에 라켓과 스트링은 일본의 유명 라켓 전문 제작업체 요넥스, 테니스화는 나이키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