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경DB
/ 사진=한경DB
판매 감소와 대내외 변수에 시달린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4분기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의 판매 부진과 노동조합 파업 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조1230억원이다. 매출은 24조93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4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9.9% 늘었고 매출은 1.8% 감소했다. 그러나 실적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장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 해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출하가 부진했다”며 “재고를 줄이기 위한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증가도 실적에 부담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파업으로 국내 공장 가동률 하락 또한 나타났다”며 “전년 동기의 기저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한 68만5555대를 팔았다. 중국 시장의 경우 31.2% 급감한 78만5006대에 그쳤다.

안방에서는 신형 그랜저(IG)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선전했으나 ‘생산 차질’이란 암초를 만났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총 19여 차례 파업을 벌여 1조40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을 발생시켰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은 1조52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1000억원 내외의 영업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아차의 4분기 영업이익과 매출 컨센서스는 각각 4254억원, 12조9839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은 20.0% 줄었다. 매출의 경우 0.5% 증가한 수치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판매량 감소다. 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274만6188대를 팔아 2016년 대비 7.8% 뒷걸음질 쳤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와 세단 모델인 K시리즈 등의 모델 노후화 등이 부정적 영향을 줬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주요 시장의 재고 부담이 해소되지 않아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한다”며 “원화 절상에 따른 원가율 상승 등 수익성 악화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차 효과를 내는 올해 현대·기아차의 실적 개선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올해 신형 싼타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주로 라인업을 늘려나간다. 기아차의 경우 완전 변경(풀 체인지)된 K3와 K5 부분변경 모델, K9 등을 차례로 내놓는다.

장 연구원은 “올 2분기부터 중국 시장 판매 회복과 SUV 신차 확대 등에 따른 모멘텀(동력) 확보가 기대된다”며 “다만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은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는 다음날인 25일 4분기 실적 성적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