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에 대한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구축사업 허용을 ‘서비스업 혁신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송배전 사업을 민간 개방을 통한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게 취지다. 방안이 확정되면 국가 송배전망 건설에 대한 최초의 민간 개방이 된다. 서비스업 혁신 방안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추진 중이지만 전기사업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ICT업계는 스마트그리드 구축사업 경쟁체제 도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국가 지능형전력망 구축사업 갈등… 기재부 "민간 개방" vs 산업부 "시기상조"
◆송배전망 개방 ‘물꼬’

23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서비스업 혁신 방안에 ICT 업체에 대한 스마트그리드 구축사업 허용을 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재부는 산업부와 함께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그리드 규제 완화를 논의해왔다. 기재부는 스마트그리드 육성을 위해 구축사업 민간 개방을 주장한 반면 산업부는 ‘국가 송배전망 건설의 민간 개방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스마트그리드와 관련해 빅데이터 등 영역에선 이미 민간이 참여하고 있다”며 “민간 참여를 더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력망은 전력을 실어 나르는 모든 설비와 기기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 구축사업 개방은 송배전망 건설의 국가 독점을 푸는 물꼬가 될 전망이다.

현행 지능형전력망법 시행령을 보면 스마트그리드 기반 구축사업은 전기사업법에서 허가받은 송배전사업자나 구역전기사업자, 한국전력거래소만 맡도록 돼 있다. 송배전사업자나 구역전기사업자는 한전과 그 계열사만 허가받을 수 있고 한국전력거래소는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정부, 민간 투자 유도해야”

스마트그리드 기반 구축사업 개방은 ICT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4년 기재부와 국무조정실에 “ICT 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인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스마트그리드에는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 각 시스템을 연결하는 통신 인프라와 정보보안 등 ICT가 필요하다. 따라서 ICT 업체가 기반 구축사업자로도 참여해야 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지능형전력망법 3조에도 ‘정부는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국내에서는 LS산전 삼성SDI 포스코ICT 등이 스마트그리드 관련 설비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제주에 스마트그리드 시범단지를 조성한 데 이어 스마트그리드산업 육성에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27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국가 로드맵을 2010년 발표했다. 2011년엔 스마트그리드 구축과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특별법인 지능형전력망법을 제정했다. 올해부터는 제주 시범단지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화가 가능한 모델을 실제 환경에서 구현하는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 스마트그리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전기 공급자와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지능형전력망. 전기를 정확한 수요에 맞춰 공급하고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 사용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에너지 이용효율을 극대화해준다.

임도원/오형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