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고용이 줄겠지만 전체 가계소득이 늘어나 민간소비가 확대되고, 결국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논리다.

하지만 경제·노동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각종 비용 증가에 따른 기업들의 생산·고용 축소 등 부작용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한다. 성장 기여도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데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낙관적으로만 해석했다는 설명이다.

22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2018년 경제 전망’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0.1%포인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05%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2.7%, 성장률을 3.0%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추가로 벌어들인 소득 중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을 뜻하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低)소득 계층을 중심을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최저임금을 16.4% 인상한 시간당 7530원으로 확정했다. 역대 최대 인상폭이자 11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은 경영자나 근로자의 대응에 따라 영향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키고 부작용은 간과한 ‘장밋빛 전망’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 확대로 이어질지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연초부터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랜차이즈와 음식료 업계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가격 인상 도미노가 시작되고 있다. 비난 여론이 있더라도 인건비 부담이 현실화하면서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발생할 물가 상승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클 것”이라며 “소비자심리지수와 통계청 선행지수 등 경제지표가 둔화한 상황을 고려할 때 물가 상승 속도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기 회복세는 지난해에 비해 주춤할 전망이다. 경기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오르면 기업은 고용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려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소비 심리는 움츠러들 공산이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소득 ·소비 증가→내수 진작의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현장에선 최저임금인상→가격 상승을 통한 물가 상승→소비 절감(특히 저소득층)→ 매출 감소→ 생산·고용 감소의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소비 확대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줄고 있다고 꼬집는다. 지출항목별 성장 기여도를 보면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성장 기여도는 하락 추세다. 2000년대 중후반만 해도 1%포인트 안팎이었지만 이젠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엔 0.5%포인트, 3분기엔 0.4%포인트였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강원대 경제학과 교수)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선 당장 ‘최저임금 인상 쇼크’가 발생하고 예상보다 길게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올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통상임금 범위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이 본격 시행되거나 도입을 앞두고 있어 확 늘어난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광범위하게 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