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실적부진 카카오, 자본 확충으로 돌파구 모색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인 카카오가 전방위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2014년 이후 성장성과 수익성이 가파르게 하락한 상황에서 대규모 기업 인수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외부자금 2兆 모아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는 23일 1조657억원어치 주식예탁증권(GDR) 발행(납입)을 완료했다. 826만여 신주(원주)를 주당 12만9004원에 발행해 해외 예탁기관에 맡기는 형태의 유상증자다. GDR은 원주를 기초로 발행하는 일종의 증서로 다음달부터 싱가포르증권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다.

카카오와 종속 자회사들은 최근 1년여 동안 공격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왔다. 웹툰업체인 포도트리가 2016년 12월 1200억원어치 신주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핀테크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신주발행 2300억원), 카카오택시 서비스업체인 카카오모빌리티(신주발행 2000억원 및 구주매각 2500억원) 등이 대규모로 외부 현금을 끌어모았다. 이번 GDR 발행자금과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게임즈 공모자금까지 포함하면 카카오그룹의 현금 확충 규모는 지난해 이후로만 2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카카오의 공격적인 자본 확충 배경을 2016년 로엔 인수와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다시 뛰어들기 위한 ‘체력 만들기’로 해석하고 있다. 카카오는 당시 로엔 지분 76.4%를 1조87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일시적으로 재무부담이 급격히 높아졌다. 하지만 연이은 자본 확충 덕분에 작년 9월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차입금을 다시 마이너스(-4442억원)로 되돌렸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이 수치는 2016년 9월 말 3438억원까지 불어나 신용등급(AA-) 강등 우려로 번지기도 했다.

카카오의 인수 타깃은 게임이나 웹툰, 음악, 동영상업체 등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이다. 카카오는 GDR 신고서에서 자금조달 목표를 ‘모바일 중심 글로벌 콘텐츠·플랫폼 회사 인수합병 및 투자’라고 밝혔다. 아직 투자 대상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연내 조달자금의 90%를 인수자금으로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신고서에 썼다. 나머지 10% 역시 4차 산업 관련 국내외 기업 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기업 재무] 실적부진 카카오, 자본 확충으로 돌파구 모색
“수익성 부진 탈피”

카카오가 지분희석 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대규모 자본 확충을 서두르는 이유는 최근 포털과 신사업의 수익성이 부진하기 때문으로 IB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한 이후 인건비 상승, O2O(온·오프라인 결합) 서비스 등 신사업 진출에 따른 비용 증가로 고전해 왔다. 게임 부문 실적마저 부진해지면서 매출성장률은 2013년 48%(다음커뮤니케이션과 옛 카카오 합산 기준)에서 2015년 3.8%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 수에 그쳤다. 작년 1~9월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303억원, 영업이익률은 9.1%다. 로엔 M&A 효과를 제외하면 실적은 훨씬 초라해진다. 연결 실적에 포함하는 로엔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760억원, 18.1%다.

IB업계에선 카카오가 대규모 기업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수익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합병 전 카카오의 2013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영업수익)은 2108억원, 영업이익은 66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1.4%에 달했다. 전년 대비 매출성장률은 359%, 영업이익 증가율은 655%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빠른 기술혁신과 소비자 취향 변화로 모바일산업의 투자 성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신기술에 기반한 경쟁 사업자의 출현 등 경영환경 악화로 기존 사업의 실적 개선도 더디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