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조)가 노동이사 선임을 관철하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를 교체했다. 또 회장을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주주총회에 제안키로 하는 등 경영참여에 다시 나섰다.

KB노조는 오는 3월 KB금융 정기 주총에서 노동자를 대변할 사외이사 후보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추천한다고 21일 발표했다. KB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 발의서를 일반주주와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발송하고 주주제안 요건 충족을 위한 위임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KB노조가 새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운 권 교수는 미국 코넬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으로도 활동했다. KB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 참여연대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외국인 주주 등의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과거 정치 경력이나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며 기존 이사회에도 법률 전문가가 있어 전문성이 중복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임시 주총에선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 찬성률이 약 17%에 그쳤다.

KB노조는 이와 더불어 정관에 대표이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배제와 낙하산 인사의 이사 선임 방지 규정을 신설하는 안건도 제안했다. 작년에는 일부 안건이 주주총회 사항인지 불명확해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지만, 이번엔 규정 신설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KB노조는 다만 지난해 주주제안에 포함했던 ‘지배구조위원회에서의 대표이사 배제’ 등의 안건은 제외했다. 회장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추천에도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KB노조 관계자는 “이번 제안은 금융행정혁신위와 금융감독원 등의 권고를 충실히 반영했다”며 “주식 보유 여부 등과 상관없이 이사회 구성 중 일부를 직원 대표에 배정하는 ‘노동이사제’와 달리 주주권리에 기반한 합법적인 권리행사”라고 말했다.

금융계는 KB노조가 회장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막으면서 노조의 사외이사 선임을 또다시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고 보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