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의 벤처인큐베이터인 ‘차이훠 메이커스페이스’.
중국 선전의 벤처인큐베이터인 ‘차이훠 메이커스페이스’.
“정부 지원은 전체 운영비의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중국 선전의 벤처인큐베이터로 유명한 차이훠(柴火) 메이커스페이스에 “정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답변이다. 창업 지원기관은 으레 정부 산하기관이거나 정부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라는 ‘한국적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예위 차이훠 메이커스페이스 팀 리더는 자체 수익 모델을 꼼꼼히 설명했다. “한 해 1만위안(약 170만원)부터 50만위안까지 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다. 기업은 돈을 내는 대신 인큐베이터에서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 기업에 먼저 투자할 기회를 얻는다. 창업에 성공한 인재가 취업을 원하면 먼저 채용 제안을 할 권리도 주어져 기업들의 관심이 뜨겁다. 기업이 스스로 풀기 어려운 마케팅이나 제품 개발 과제를 들고 올 때도 있다. 창업가들이 함께 모여 이를 해결해 주고 행사 개최비를 받기도 한다.”

2010년대 초부터 창업 지원에 애써 온 선전에서는 이처럼 자립에 성공한 벤처 인큐베이터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제조업 생태계를 중계하는 역할을 하는 따궁팡도 지난해 수천만위안의 수익을 올렸다. 딩춘파 따궁팡 회장은 “시제품 제작과 양산이 중요한 하드웨어 스타트업들과 윈윈하는 구조”라며 “스타트업은 사업비의 10% 정도를 수수료로 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전의 스타트업 지원 생태계가 자립할 수 있는 배경에는 선전시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선전시는 2015년만 해도 수천 건에 달하던 창업 인큐베이터 지원을 지난해 200여 건으로 줄였다. 지원금도 1년간 인큐베이터를 사용한 스타트업의 수와 사용 면적, 발명 특허 수, 독립에 성공한 회사 수까지 평가해 사후 지급한다. 평가 점수에 따라 인큐베이터별로 지원하는 자금의 규모가 다르다. 전체 지원 규모는 줄이지 않으면서 한층 효율화된 스타트업 지원 생태계를 구축했다.

선전=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