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회사가 생산하는 대표적 석유화학제품인 벤젠 가격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 속에 수요는 늘고 있는데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증산이 쉽지 않아서다.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정유업체가 원유를 정제해 남기는 이익) 하락에 고심하는 정유업계도 벤젠 호황을 반기고 있다.

가격 오르고 수요 많고… 정유업계 '벤젠 호황'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벤젠 가격은 t당 904달러로 지난해 2월(1006달러)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품 수익성을 좌우하는 스프레드(원재료 나프타와 벤젠 제품 가격 차)도 t당 275달러에 달한다. t당 80달러인 손익분기점보다 세 배 이상 높다.

유가 상승과 함께 공급을 웃도는 수요 증가가 벤젠 시황의 개선 이유로 꼽힌다. 벤젠은 화학제품인 스타이렌모노머(SM)의 원료다. SM은 플라스틱과 합성고무 등을 제조하는 데 두루 쓰인다.

글로벌 벤젠 수요는 2021년까지 연평균 2.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데 비해 공급은 1.4% 늘어나는 데 그쳐 갈수록 공급 부족 상황이 심해질 전망이다. 세계 벤젠 수요의 22%를 차지하는 중국이 벤젠을 생산할 때 쓰는 석탄 사용을 억제하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10억t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올해도 2억5000만t을 줄일 계획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벤젠 생산 설비 가동률은 4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달리 국내 정유사는 원유 부산물인 나프타를 원료로 벤젠을 생산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벤젠 시황 개선의 최대 수혜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이다.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164만5000t 규모의 벤젠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1조6000억원을 투자해 2014년 벤젠 50만t, 파라자일렌 130만t 증설 공사를 완료했다. GS칼텍스(93만t)와 한화토탈(70만t) 에쓰오일(60만t) 등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