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146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이고 있다. 벽 전체를 TV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더 월(The Wall)’이란 이름을 붙였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직원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146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이고 있다. 벽 전체를 TV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더 월(The Wall)’이란 이름을 붙였다. 삼성전자 제공
올해 글로벌 TV 시장의 트렌드는 ‘대형화’와 ‘8K’다.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는 주요 제조업체가 앞다퉈 대화면의 8K TV를 선보였다. LG전자는 88인치 8K OLED TV를, 소니는 8K TV용 프로세서 X1 얼티밋을 공개했다. 중국 TCL은 85인치 QLED TV X6를 전시했다. 12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85인치 대형 8K QLED TV를 비롯해 146인치 마이크로 LED TV까지 기존 TV보다 큰 초대형 TV를 선보였다.

◆TV 디스플레이 대형화 가속화

삼성전자가 미래 디스플레이로 소개한 146인치 마이크로 LED TV는 CES 2018에서 공개된 TV 중 가장 큰 초대형 TV다. 벽 전체를 TV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더 월(The Wall)’이란 이름을 붙였다. 설치 공간이나 크기의 제약 없이 원하는 대로 TV를 확장할 수 있게 되면서 삼성 TV의 디자인 목표인 ‘스크린 에브리웨어(screen everywhere)’에도 한발짝 다가서게 됐다.

TV 디스플레이의 대형화 추세는 가속화하고 있다. 10여 년 가까이 TV 시장에서 주류 크기로 자리 잡았던 40인치대 TV 모델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1990년대 말 20인치 이하 CRT TV가 퇴출되고 LCD와 PDP가 등장하면서 30~40인치 TV가 대형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PDP는 화면에 잔상이 남는 번인 등의 문제로 LCD에 밀렸다. LCD는 기존 TV보다 얇게 한 엣지형 디자인으로 TV를 벽걸이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대형화를 주도했다. 2015년부터는 UHD TV가 등장하면서 TV 크기는 55인치, 65인치까지 커졌다. 대형 TV 시장 기준이 바뀌면서 올해는 55인치, 65인치를 넘어 75인치 이상의 대형 시장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TV 제조업체들이 초대형 TV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초대형·초고화질 TV 시장 규모는 매년 20~30%가량 성장하고 있다. 지난 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억6650만달러(약 3조3626억원)에서 2020년 65억9790만달러(약 7조57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75인치 이상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세계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 판매량에서 삼성전자는 총 판매량 15만1800대를 기록해 2위인 소니(7만9700대)와 3위인 LG전자(3만4900대), 4위인 하이센스(7100대)를 제쳤다. 지난해 1분기 5만7600대로 소니(6만1400대)보다 뒤처졌으나 2분기부터 역전해 3분기에는 격차를 두 배로 벌렸다. 삼성전자 전체 TV 매출에서 75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2%, 2분기 4.3%에 이어 3분기에는 8.1%로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75인치 이상 제품에 주력한다는 전략으로 88형 QLED TV 등 대형 프리미엄 라인업을 대거 출시하며 일찍 시장 내 입지를 다진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해상도와 화질 기술력

TV 대형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해상도와 소재 기술이 뒤따라야 한다. TV 화면이 커지면 이에 맞춰 해상도도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초대형 TV에서는 8K 지원이 필수다. 8K(해상도 7680×4320, 3200만 화소)는 풀HD(1920×1080, 200만 화소)보다 16배, 4K라고 불리는 UHD(3840×2160, 800만 화소)보다 4배 이상 더 선명하다.

화소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화면을 구성하는 픽셀(점)의 밀도가 높다는 의미다. 화면이 커져도 화소가 눈에 띄지 않아 세밀한 화면 표현이 가능해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8K의 진가는 초대형 화면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2월 평창동계올림픽, 6월 러시아월드컵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초대형 TV 시장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재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화질의 필수 기능으로 포함돼 있는 HDR(밝기를 1000니트까지 구현해 명암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기술)은 기존 대비 화면을 최대 10배까지 밝게 표현한다. 밝기를 올려도 디스플레이 수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 소재의 내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무기물 소재인 퀀텀닷(Quantum Dot) 개발에 힘쓰고 있다. 퀀텀닷은 전력 효율이 높아 같은 전력 에너지로도 밝은 빛을 낼 수 있다. 색 선명도를 높이면서도 해상도가 미세한 8K 디스플레이에서도 높은 밝기를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시장 제패를 위해 올해에도 퀀텀닷으로 차별화한 초대형 중심의 판매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