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도 개 키우면 안 돼요?”

강아지 한번 키워볼까… '20년 가족' 맞이할 준비 되셨나요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이들이 조르는 이유는 뻔하다. TV에는 사랑스러운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는 스타들이 넘쳐난다. 대형마트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강아지들이 “나 좀 데려가세요” 하며 손짓한다.

‘유기견 연 10만 마리’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아는 사람의 개와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받거나 펫숍 등에서 돈을 주고 사 온다. 견종별 특성과 양육 방법의 차이, 개와 고양이의 기본적인 습성과 가정환경 등을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시수의사회의 도움을 받아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들이 체크해야 할 리스트를 간추렸다. 첫째는 시간이다. 반려견과 함께 살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 10분 이상 산책은 필수다. 하루 10시간 이상 함께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내가 집에 있을 때 외로워서’ 개를 키우고자 한다면 개에게는 재앙이 될 우려가 있다. 반려견은 외로움을 많이 탄다. 좋은 옷, 맛있는 사료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혼자 있는 개는 스트레스를 받고, 이는 분리불안과 배변 장애 등 여러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음의 준비와 인생계획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최소 20년간 함께 살 생각을 해야 한다. 반려동물 수명은 12~20년 정도다. 결혼, 유학, 이민 등을 이유로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가 많다고 한다. 인생의 계획을 점검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입양한 탓이다.

알레르기는 치명적이다. 자신도 몰랐던 동물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다. 재채기, 피부염 등을 앓는 사람이라면 반려동물과 한 공간에서 살기 힘들다. 입양에 앞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검진을 통해 알레르기 반응 검사 등을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고 예쁘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키우면 눈물의 이별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족의 동의는 필수다. 구성원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다. 해야 할 일도 정해놓는 게 좋다. 매일 털을 빗겨주고, 먹이를 챙겨주고, 산책시키는 일을 분담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목욕을 해주고, 한 달에 1회 이상 동물병원도 가야 한다. 여행이나 출장을 자주 가는 사람은 집을 비울 때 대안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경제적 부담도 따져야 한다. 개와 고양이를 건강하게 기르려면 월 최소 5만~10만원의 비용이 든다. 질병이나 상해를 입으면 예상치 못한 지출도 생긴다. 이에 대비해 경제적으로 감수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마지막은 반려동물의 특징을 따져봐야 한다. ‘웰시코기’ 종은 하루에 산책을 2시간 이상 시켜야 한다. ‘푸들’은 털이 잘 안 빠지지만 성격이 예민한 편이다. ‘치와와’는 작고 귀엽지만 털이 많이 빠지고 관절이 약하다. 수의사 등 전문가와 상담한 뒤 특성을 파악하고 입양해야 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