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DJ로 나선 한화생명 임원들… "칼퇴해서 욜로 라이프 즐기세요"
“‘욜로(YOLO)’라는 단어를 아시죠? 한 번뿐인 인생 하루하루에 충실하자는 뜻입니다. 퇴근길 차 안에서 추억의 음악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악동뮤지션의 ‘시간과 낙엽’입니다.”

라디오 방송 디제이(DJ)들의 오프닝 멘트를 연상시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홍정표 한화생명 경영지원실장(사진). 그가 최근 사내 라디오 방송 일일 DJ로 출연해 직원들의 정시 퇴근을 독려하면서 들려준 멘트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9월부터 수요일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본사 각 부서 임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DJ를 맡는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다. 수요일은 한화생명이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지정한 ‘가정의 날’로, 직원들의 야근이나 회식 등을 금지하고 있다. 임원들이 수요일마다 일일 DJ로 나서는 것도 방송을 통해 직원들의 정시 퇴근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라디오 방송은 퇴근 시간을 10분 앞둔 오후 5시50분부터 5분가량 진행된다. 정시 퇴근을 강조하는 주제만 있을 뿐 특별히 정해진 형식은 없다는 것이 한화생명의 설명이다. 출연하는 임원들이 스스로 원고를 작성하고, 그날의 선곡 음악도 직접 선택한다. 직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자신의 경험담과 소설이나 시 등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등을 읽는 임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출연한 구도교 영업총괄 겸 개인영업본부장은 “집에 들어가지 않은 채 술 약속을 잡은 분들을 위해 저녁 때 여의도를 순찰할 예정”이라고 말해 일부 직원들을 긴장케 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직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그중에서 직원들의 화제에 오르내리는 건 임원들의 선곡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선택곡 역시 임원이 마음대로 고르면 되지만 젊은 직원을 위해 최신 가요를 선택하는 임원이 많다”고 귀띔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금요일을 ‘팀장 정시 퇴근하는 날’로 정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50분이 되면 임원과 팀장들의 퇴근을 독려하는 사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효율적인 시간 운영을 통해 직원들 삶의 질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필요 없는 야근이 줄어들면서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는 효과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효율 경영을 실천하는 초일류 보험사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