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을 출시하도록 한 데 이어 일반 실손의료보험료도 인하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적자폭이 커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가격 인하 여부와 인하폭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반 실손보험료도 내려야 하나… 보험업계 '속앓이'
정부는 기존 의료 비(非)급여 항목(3800여 개)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항목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비급여 항목 의료비를 보장해온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가 줄어든다. 정부는 이 때문에 실손보험이 ‘반사이익’을 챙긴다고 보고 실손보험료를 내리라고 업계에 주문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뜻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지출이 향후 5년(2017~2022년)간 3조8044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2018년도 실손보험료 인상안을 보류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말 제출한 ‘실손보험의 참조 순보험료율 10% 내외 인상안’을 더 검토하라며 돌려보냈다. 참조 순보험료율은 보험개발원이 자체 보유한 통계와 보험사 여건 등을 토대로 산출한 일종의 평균 보험료율이다. 정부 대책이 실손보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방침이다. 민간 손해보험사들의 이익단체인 손해보험협회도 정부에 가세했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이달 초 “문재인 케어는 손보업계에도 이익이 된다”며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업계는 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확대되더라도 실손보험 적자폭이 커 인하할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보여왔다. 실손보험 적자폭은 2016년 기준 1조640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손보업계는 실손보험료 인하에 앞서 병원의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실손보험료 조정은 분석 결과를 감안하더라도 신년 보험료를 정부가 돌려보낸 건 사실상의 가격 통제”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