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 '득템' 하고 '레벨 업' 몰두… 온라인 게임 닮아가는 온라인몰
정해진 시간 안에 ‘사냥’에 성공해야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많은 아이템을 획득할수록 레벨이 높아진다.

온라인 게임 얘기가 아니다. 요즘 온라인 쇼핑몰들이 하고 있는 마케팅이다. 온라인에선 쇼핑과 게임의 경계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 중독성 높은 온라인 게임 방식을 온라인 쇼핑몰이 따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중순 11번가가 진행한 ‘광군제 후속 세일’. 구찌 발리 등 명품 브랜드의 스니커즈가 30~40% 할인된 가격에 나왔다. 애플의 맥북, 아이팟 등 평소 할인 판매를 전혀 하지 않는 제품도 세일 목록에 올랐다. 기간은 단 며칠. ‘득템’(아이템 획득)의 기쁨을 게임이 아니라 쇼핑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온라인몰은 이런 세일을 늘 한다. ‘핫딜’ ‘쇼킹딜’ ‘오반장’ 등 이름은 달라도 내용은 비슷하다. 어떤 상품이 풀릴지는 미리 알 수 없다. 그러니 자주, 되도록이면 매일 확인해야 득템 확률이 올라간다. 할인 쿠폰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오랜만에 방문한 기념’ ‘롱패딩만 특별 할인’ 등 온갖 명목의 쿠폰이 날아온다. 운이 좋으면 1만원 넘는 쿠폰도 받을 수 있다.

많이, 자주 사면 등급이 올라간다. 등급이 높아지면 더 많은 쿠폰, 더 많은 적립, 더 많은 세일 기회가 온다. 게임에서 레벨이 높은 캐릭터가 더 쉽게 사냥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심리학자들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게임할 때와 비슷하게 도파민 분비가 잦다는 것을 발견했다. 도파민은 쾌감, 감정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중독 증상을 보일 때 흔히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신의학연보’는 2007년 기준 미국 인구의 약 6%가 쇼핑 중독에 빠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독을 우려할 정도로 확실히 온라인몰의 ‘온라인 게임식 마케팅’은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2014년 약 45조원에서 올해 90조원가량으로 4년 만에 두 배가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게임 개발사 셸게임즈의 제시 셸 대표는 “온라인 쇼핑과 게임의 경계는 계속 허물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