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귀재'도 해운업은 가시밭길이었다

가격 경쟁력·인지도에 밀려
운임 45% 깎아도 물량확보 못해… 보유 컨선 90%, 용선으로 돌려
해운업 재건 위해 도전했지만 머스크 등 거대선사와 게임 안돼

컨선사업 재검토 필요
현대상선과 공동운항도 불발… 대한상선과 합병도 무기한 연기
한진해운 인수 1년…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토로

“컨테이너 사업 축소 등 해운사업 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말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해 해운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우오현 SM그룹 회장(사진)은 15일 한국경제신문에 “당초 예상과 달리 실어 나를 물건이 없어 현재 보유 선박의 90%를 용선(돈을 받고 배를 빌려주는 일)으로 돌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머스크 등 거대 선사와의 가격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 그의 냉정한 진단이었다.

◆사면초가에 빠진 정상화

우 회장의 이 같은 얘기는 다소 뜻밖이었다. 그동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대한해운-삼선로직스(현 대한상선)-한진해운(현 SM상선)을 연이어 인수하며 한국 해운업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그는 “싼 값에 중고 선박을 구입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운임이 출렁일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입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2월 컨테이너업계가 경기지표로 사용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16년 8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업황이 바닥을 기면서 SM상선은 작년 3분기까지 약 2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우 회장은 “지난해 4분기 운임이 크게 하락하면서 적자폭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인수 1년…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토로

SM상선은 현재 미주·아시아·중동 지역에서 11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그중 미주노선이 가장 골칫거리다. 우 회장은 “미주노선 운임을 기존보다 45%가량 깎았지만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당장 흑자를 보기 위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이 상태로 가다간 컨테이너 사업을 접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회사 측은 이에 따라 연내 추진하려던 대한상선과의 합병을 무기한 연기하는 한편 기존 컨테이너 사업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 회장은 가격 경쟁력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는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SM상선이 보유한 8000TEU급 선박 3척이 나르는 물량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다. 몸집이 클수록 가격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어 도저히 머스크 같은 기업을 당해낼 수 없다는 얘기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것도 실적 발목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제때 물건을 확보해야 하는 화주 입장에선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해운사에 선뜻 물건을 맡기기 쉽지 않다”며 “시장에서 SM상선이라는 브랜드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내 코가 석자’

SM상선이 최근 현대상선을 향해 미주노선 공동 운항을 제안한 것도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우 회장은 “현대상선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겠다”며 “중국 일본 등의 경쟁 선사들이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라도 힘을 합치지 않으면 한국 해운업이 설 자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SM상선의 운항 안정성이나 지속성을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전면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당분간은 SM상선과 공동 운항이나 선복 교환 같은 협력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살림살이가 빠듯한 여건이다. 지난해 약 4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도 흑자로 돌아서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해운산업에 대한 정부의 중장기 비전 부재로 선사들이 좌표 없이 헤매고 있다”며 “초대형 선박 확보 등 해운업 전반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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