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주인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인 ‘개떼놀이터’ 용인점.
반려견과 주인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인 ‘개떼놀이터’ 용인점.
개 전용 놀이터만 100여곳 … 반려동물 사진관에 명품숍도 등장
반려견과 주인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식 공간 ‘개떼놀이터’는 지난달 4호점을 냈다. 2016년 10월 1호점 인천점을 연 지 1년여 만이다. 야외에는 반려견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운동시설이, 실내에는 주인이 쉴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이승환 개떼놀이터 대표는 “주말에는 손님이 많아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자 아이디어 창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반려견 전용 놀이터는 서울·경기 지역에서만 100여 곳으로 늘었다. ‘반려견이 마음 놓고 뛰어놀 곳이 없다’는 고민에서 착안한 사업이다. 프리미엄 의류와 식품사업, 전용 스튜디오와 모델 에이전시 등도 생겨나고 있다.

◆개 놀이터·스튜디오 등 이색 창업

반려동물과 사진 찍는 ‘보크스튜디오’.
반려동물과 사진 찍는 ‘보크스튜디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9000억원이었다. 2020년에는 5조800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일본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14조원. 국내 시장도 일본처럼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공통적인 전망이다.

개떼놀이터는 지점별로 특색을 갖췄다. 2호점 남양주점에는 반려견을 위한 수영장이 있고, 3호점 천안점은 4000㎡(약 1200평) 넘는 공간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인천점에서는 연 6억원 정도 매출이 나온다”며 “올해 1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관도 생겼다. 수원 보크스튜디오는 인물 사진 외에 반려동물 단독 사진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찍는 가족사진으로 특화했다. 박선영 보크스튜디오 실장은 “손님 중 절반이 반려동물과 사진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는다”며 “반려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 비중이 10% 정도밖에 안 되지만 앞으로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반려동물을 모델견이나 모델묘로 키우는 전문 에이전시,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주택 분양사업도 등장했다.

◆반려동물도 프리미엄이 뜬다

개 전용 놀이터만 100여곳 … 반려동물 사진관에 명품숍도 등장
업계는 펫용품 시장 규모를 전체 시장의 약 20%인 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펫용품에서도 명품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이탈리아 등 유럽산 프리미엄 제품을 수입하는 편집숍이 성장하고 있다. 오드펫을 창업한 정성욱 대표(사진)는 “이탈리아 일본 영국 등에서 들여오는 친환경·고급 펫용품이 인기”라며 “올해 목표 매출은 30억원”이라고 말했다. 오드펫은 오픈마켓뿐 아니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 중이다. 일반 제품보다 값이 비싼 프리미엄 제품을 취급하는 만큼 소비자가 직접 만져보고 평가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드펫에서 매출 비중 30%를 차지하는 제품은 이탈리아 팜컴퍼니에서 내놓은 반려동물용 터틀넥 스웨터다. 가격은 2만9000~3만9000원 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이나모라다의 반려견 운반용 가방은 40만~60만원, 캐시미어로 제작한 옷은 26만원. 유명 리드줄(목줄) 브랜드 플랙시는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한 16만원대 제품 ‘플랙시 글램’을 내놓기도 했다.

◆제도 뒷받침도 필요

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성숙된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료 분야가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사료 제조는 신고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동물 사료가 많이 유통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생 기준도 문제다. 원재료를 생략해 표기하거나 품질 문제로 버려진 식재료를 원료로 쓰는 사례가 있다.

안세준 대전수의사회장은 “사료관리법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주식으로 먹는 배합사료는 미네랄, 섬유질 등 핵심 영양소를 빠뜨린 채 제조해도 농림축산식품부에 신고한 성분 내용과 일치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상기록 없이 특효약이라거나 건강 기능이 있는 것처럼 과대광고하는 것에 소비자가 현혹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놀이터와 애견카페 등에 안전 기준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견과 대형 견이 한 공간에 있다가 사고가 나기도 하고 놀이터 제초제로 인한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산업이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상/김보라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