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12월29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며 이번 겨울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를 8만5200㎿로 잡았다.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보다 3000㎿를 줄인 것이다. 산업부는 “전력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지난 11일과 12일 최대 전력수요가 8차 전력수급계획 전망치를 이미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8차 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된 지 2주 만에 정부가 전력수요를 과소 예측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주도 안돼… 예측 빗나간 8차 전력수급계획
◆벌써 빗나간 수요전망

1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1일과 12일 최대 전력수요는 각각 8만5600㎿, 8만5500㎿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17년 동계(2017년 12월~2018년 2월) 최대 전력수요를 8만5200㎿로 예상했다. 8차 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된 지 2주 만에 예측치를 300~400㎿ 초과한 것이다.

11일과 12일은 산업부가 이틀 연속 급전지시를 내린 날이다. 급전지시는 정부가 기업에 전력 사용을 줄이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해당 기업은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사무실 냉난방기를 끄는 식으로 대응한다. 11일과 12일 감축 지시량은 각각 1500㎿와 3300㎿였다. 급전지시가 없었다면 최대 전력수요가 11일에는 8만7100㎿, 12일에는 8만8800㎿까지 뛸 수 있었다. 8차 전력수급계획 전망치를 훨씬 더 초과하는 셈이다.

산업부가 2015년 발표한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예상한 2017년 동계 최대 전력수요는 8만8200㎿였다. 하지만 지난해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현 정부가 들어선 뒤 8차 전력수급계획을 짜며 예상치를 3000㎿ 줄였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 출석해 “(전력)수요가 줄고 공급이 과잉인 상태”라며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를 줄여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급전지시 비용은 국민 몫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는 “산업부가 기업들의 반발에도 급전지시를 계속 발령하는 것은 8차 전력수급계획 전망치가 벌써 틀렸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세 번, 이달 두 번 등 이번 겨울 들어 총 다섯 번의 급전지시를 내렸다. 2014년 급전지시 제도 도입 후 2016년까지 세 번만 발령했고 작년 여름에도 두 번 발령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력 예비율(공급 예비율)이 위험수위가 아닌데도 급전지시를 남발한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력 예비율이 10% 이상이면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란 의미다. 이번 겨울 들어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적은 없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급전지시가 내려진 12일은 급전지시가 없었어도 예비율 11.4%를 유지할 수 있었다.

급전지시 대상 기업은 전기 사용을 줄인 만큼 한국전력에서 보상금을 받는다. 사실상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급전지시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다. 기업들로서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 “보상금을 받아도 공장 가동을 수시로 멈추면 손해”라는 게 기업들의 불만이다.

지난해 한전이 급전지시 보상금으로 지급한 돈은 2000억원 정도다. 앞으로 급전지시가 늘면 비용 규모가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기업 생산성을 낮추면서 국민이 낸 돈을 기업에 주는 것이 발전소를 덜 짓는 것보다 과연 경제적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