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 경기의 최대 복병이 원화 강세라는 진단이 나왔다. 원·엔 환율이 연평균 1%만 하락해도 국내 기업의 수출이 0.3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4일 ‘2018년 수출 경기의 7대 이슈’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 강세 흐름은 뚜렷하다. 세계 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한 수출 호황으로 예상을 웃도는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북핵 리스크 완화 등도 원화 자산의 매력을 높이는데 한 몫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1060원대까지 하락(원화 강세)했다. 이대로라면 약 10년 만에 1050원대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일본의 엔저(低) 선호 정책과 맞물려 엔화 대비 원화 강세는 더 가파르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940~95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 강세가 양호한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경상수지 흑자 등에 기인한만큼 추세가 한순간에 돌아서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원화 강세는 중장기적으로 수출기업들의 수출 감소, 기업 수익성 악화 등으로 연결된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보다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주요 수출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수출 감소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연평균 1% 하락할 경우 국내 기업의 수출이 약 0.32%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비스업(0.2% 하락)보다 제조업(0.36% 하락)의 타격이 클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도 올해 수출 경기의 주요 변수로 꼽혔다. 유가가 오르면 초기엔 수출단가 인상 효과로 기업들의 수출금액이 늘어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출단가 인상은 수출물량 감소로 이어져 수출금액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수출 경기 둔화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9.2%에서 작년 17.1%까지 늘었다. 과거 반도체 수출 호황 국면을 살펴봤을 때 현재 반도체 호황은 올 2~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판단이다. 올 상반기까지 호황을 유지하다 하반기부터 서서히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경기 회복세를 강화해 3%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수출의 성장 견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원화의 급격한 강세에 대비하고 외환시장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