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합종연횡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가장 중심에 있는 업체는 아마존과 구글이었다. 가전과 자동차업체들은 아마존과 구글의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채택했다는 사실을 경쟁적으로 알리기에 바빴다.


◆아마존과 구글의 영향력

아마존 진영의 대표 주자는 일본 도요타였다. 이 회사는 아마존 알렉사와 연계한 인공지능 배달트럭인 이-팔레트(e-Palette)를 선보였다. 택배, 객실 서비스, 카셰어링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콘셉트카로 자동차와 로봇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스마트글라스 제조업체인 뷰직스가 공개한 알렉사와 연동하는 증강현실(AR) 안경도 행사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알렉사에 다양한 명령을 내리고 안경을 통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게 이 제품의 특징이다.


구글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LG전자를 비롯해 여러 가전업체를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중국 TV 제조사인 하이센스는 한 기기에 아마존과 구글의 AI 음성비서를 모두 장착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를 관람한 이종욱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아마존과 구글이 가전과 자동차업체들을 줄 세우는 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것 같다”며 “이제 제조사와 AI 솔루션업체들의 조화로운 공존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측면에선 ‘음성인식 기술의 대중화’를 CES 2018의 키워드로 꼽을 수 있다. 스마트폰과 AI 스피커에만 사용되던 기술이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으로 영토를 넓혔다는 것이다.

아마존과 구글뿐 아니라 자동차와 가전업체들도 대부분 사람의 말로 구동할 수 있는 AI 음식인식 플랫폼을 선보였다. 보쉬가 자율주행차에 적용한 음성인식 시스템이 주목받았다. 이 시스템은 세계 30개국 언어를 구사하며 사투리까지 알아들을 정도로 정교했다.

◆더 무서워진 중국 기업

CES 2018의 또 다른 키워드는 ‘중국’이었다. CES를 주최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 참여한 중국 기업은 1300여 개에 달했다. 전체 참가 기업의 4분의 1이 넘는다. 그중 500개 이상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에서 왔다.

숫자만 많았던 게 아니다. 관람객의 감탄을 자아낸 기술을 선보인 기업이 수두룩했다. 전기차업체 퓨처모빌리티 자회사인 바이튼이 대표적이다. 바이튼은 테슬라의 대항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는 내년에 중국에서 첫 상용 전기차를 선보인다. 한 번 충전하면 520㎞ 주행이 가능하며 아마존 알렉사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중국 최대 검색업체인 바이두도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운영체제 ‘아폴로 2.0’으로 주목받았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화웨이가 눈에 띄었다.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을 장착한 메이트10 프로를 공개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스마트폰업계 3위 업체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리처드 유 최고경영자(CEO)는 CES 2018의 기조연설을 맡기도 했다.

중국이 특히 강세를 보인 분야는 로봇이었다. CES 로봇관에 차려진 중국 기업의 부스는 20개였다. 전체 참가 기업의 절반 이상이다.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와 연동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치한의 샌봇 등이 관심을 끌었다.

라스베이거스=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