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2일 기준 국내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 임직원의 1인당 시가총액은 72억1000만원. 국내 상장사 중 1위다. 직원 수는 불과 386명인데, 시가총액은 2조7800억원에 달했다.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미래를 그만큼 밝게 보고 있는 셈이다.

로엔은 지난해 3분기 매출 1513억원, 영업이익 267억원을 올렸다. 분기 기준 사상 최고 실적 이다. 지난 1년간 로엔의 음원 유통 뮤직플랫폼 멜론의 유료 가입자는 약 60만 명 증가했다. 음원시장 점유율도 55%에 달해 1위 지위를 더욱 강화했다. 가입자 확보를 위한 무료 마케팅 전쟁이 가열되고 있는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굳혔다. 2016년 3월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한 이후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기업인 카카오는 로엔의 성공에 힘입어 대규모 외자 유치에 나선다. 다음달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권(GDR)을 발행하고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상장 절차에 들어간다. 게임, 웹툰, 음악, 동영상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을 인수합병(M&A)하고자 선제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는 인공지능(AI) 원천기술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 급변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카카오의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

이번 외자 유치 프로젝트는 카카오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의 일환이자 카카오 진화의 예고편이다. 카카오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은 이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3분기 연결 매출 5154억원, 영업이익 4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 전 분기 대비 10% 각각 증가해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광고, 콘텐츠, 커머스 등 모든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연중 최대 광고 성수기인 4분기에도 성장세를 지속했다.

카카오의 호실적은 2014년 10월 다음과의 합병 이후 다양한 서비스 업체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주차서비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파킹스퀘어, 내비게이션 서비스 김기사, 웹툰 포도트리, 프랜차이즈 주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CNT테크, 미용실 결제시스템 개발업체 하시스 등에 투자해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카카오의 웹툰사업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의 유료사업 모델인 ‘기다리면 무료’는 지난해 중국 텐센트의 만화 전문 사이트 텐센트 둥만에 수출됐다. 앞서 이 모델을 도입한 카카오재팬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2분기 대비 205% 증가한 7억엔을 돌파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북미와 유럽에서 ‘검은사막’ 게임으로 큰 성과를 내며 글로벌 멀티플랫폼 게임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동의 모든 순간을 더 빠르고 편하고 안전하게 만들어간다는 목표 아래 기존 서비스를 강화함과 동시에 다양한 모빌리티 영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대표 브랜드인 카카오T는 택시,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 등을 포괄하는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한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카카오페이도 폭발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플랫폼인 카카오톡은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통합 AI 플랫폼 ‘카카오 I(아이)’와 결합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만능 비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주문, 정보 검색, 결제 등 모든 서비스를 카카오톡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음 포털도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화 취향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시작해 다음, 카카오톡, 멜론, 카카오T를 통해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을 두루 갖춘 세계 유일한 기업 집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로엔은 카카오 포트폴리오 전략의 핵심

카카오가 추구하는 ‘시너지 전략’의 중심에 로엔이 있다. 로엔은 카카오 자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수익도 최대다. 카카오의 가장 강력한 성장엔진으로 로엔이 보유한 음악 콘텐츠는 AI 사업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의 로엔 인수는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카카오의 AI 플랫폼 ‘카카오 I’는 멜론과 결합해 시장 내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고,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는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완판을 거듭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멜론은 카카오의 음성엔진을 적용한 음성인식 스마트 검색 서비스 ‘멜론 스마트 i(아이)’로 고객의 취향에 다가섰다. 로엔은 음악 유통뿐 아니라 제작 및 영상콘텐츠 부문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에 양질의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원천이다. 모바일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인 콘텐츠, 플랫폼, 전략을 모두 갖춘 게 로엔이란 얘기다.

멜론은 국내 최다인 3200만 명의 회원과 3000만 곡 이상의 음원 및 영상, 어학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유료 가입자 수도 460만 명에 달해 1위다. 최근 ‘음악에 지능을 더하다’란 콘셉트로 음악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큐레이션과 AI 음성검색 서비스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음악콘텐츠 제작부문에서는 연간 100개 이상의 기획사에 투자해 600개 이상의 타이틀을 발매하고 있다. 아이유, 이광수, 박정현 등 가수와 배우 매니지먼트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제작사 메가몬스터와 모바일 영상 제작소 크리스피 스튜디오도 설립했다. 메가몬스터는 카카오의 자회사 포도트리가 보유한 웹 소설과 웹툰 등의 지식재산권(IP)을 적극 활용한 뉴미디어형 콘텐츠를 제작, 차별화된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을 구현할 계획이다.

카카오와 로엔의 시너지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카카오톡은 최근 ‘멜론 위드 카카오’ 기능을 추가해 멜론을 플랫폼 내에서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편의성을 강화해 가입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로엔은 최근 ‘카카오 M’으로 사명을 변경하기로 했다. 종합콘텐츠 기업이자 모기업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로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사명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공식 변경된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