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값 내렸다고 생색내는 김상조… 시장 가격 결정권 개입이 자랑인가
“취임 직후에 한 아이 엄마에게서 감사의 인사를 들었습니다. 피자·치킨값을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1일 청와대가 제작한 인터넷 동영상 게시물 ‘친절한 청와대, 갑질 그만 하도급 대책-김상조 위원장 편’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국민에게 들은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런 노력을 통해서 국민들이 미래에 희망을 갖는 공정한 경제 질서를 만들도록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물가를 낮췄다’고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공정위는 김 위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 현장조사에 나섰다. 가맹점주들과의 광고비 분담과 관련해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이유였다. 공교롭게도 BBQ를 비롯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인건비·임차료 상승 등을 이유로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린 직후였다. 공정위 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BBQ뿐만 아니라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가격을 원상복귀하거나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공정위가 가격 담합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대해 다른 혐의를 이유로 ‘가격 통제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공정위는 물가관리기관이 아니다”며 “그런 차원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에는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을 내걸고 치킨 피자 등 50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공정위의 ‘군기 잡기’에 대부분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점주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평소 강조하는 ‘공정한 시장경제’가 실현되려면 우선 ‘시장경제’부터 보장돼야 한다. 공정위가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인한 전방위 물가 상승 조짐에 또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걱정될 따름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