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두 명이 오는 3월23일 임기를 끝으로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10일 밝히면서 각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당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KB금융 측은 이들 사외이사가 교차 선임을 위해 물러났다고 설명했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정부의 사외이사 교체 압박도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감독당국이 이달 각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제도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점검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각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한국경제신문과 통화한 A 사외이사는 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지배구조 점검, 책임있는 고위당국자의 발언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금융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최대주주인 만큼 차라리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주주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낫지 않으냐”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측은 “KB금융은 스튜어트 솔로몬 이사를 제외한 6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같은 시점에 임명돼 연임했기 때문에 모두 재연임하면 경영공백이 생길 수 있어 일부 사외이사가 배려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맞춰 사외이사 제도를 마련했는데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도 사외이사들은 불만이다. C 사외이사는 “지난해 11월 금감원의 지적사항을 완벽하게 보완해 절차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D 사외이사는 “당국에서 너무 압박하니 회의를 여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부담스럽다”며 “회사 경영을 위해 노력했는데 죄인 취급 당하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임을 위해 친(親)CEO 성향의 사외이사를 선임해 경쟁자를 배제한다는 당국의 지적에는 “셀프연임이 뭐가 문제냐”는 반응도 있었다. 시중은행 E 사외이사는 “세계 어느 나라 기업을 보더라도 조직 내에서 경쟁해 권력을 잡으면 경쟁이 될 만한 사람을 배제시킨다”며 “정부는 분위기 조성은 하되 각 기업이 알아서 개선하도록 해야지 일률적으로 룰을 바꿔 몰고가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금융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금융지주사에 노동자 이사 선임을 강제하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달 민간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검토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KB금융 노조협의회는 3월 주주총회에서 우리사주조합을 이용해 사외이사를 추천할 계획이며 신한은행 노조도 최근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현일/강경민/윤희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