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의 올해 화두는 ‘생존’이다. 좋은 입지, 싼 가격, 많은 상품 등 과거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의 확장, 전문점의 부상 속에 대형마트는 소비자가 꼭 와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게 됐다. 그 해법으로 대형마트들이 제시하는 것은 ‘경험’과 ‘자체브랜드(PB)’다. 충성 고객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멤버십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 그로서란트 BM
롯데마트 그로서란트 BM
◆롯데마트, 그로서란트로 차별화

롯데마트는 작년부터 새로 문을 연 점포에 ‘그로서란트(Grocerant)’란 공간을 만들었다. 스테이크용 고기를 사서 바로 구워 먹고, 랍스터를 구입해 그 자리에서 쪄먹을 수 있는 코너다.

작년 4월 구성된 롯데마트 그로서란트 BM(Business Management)이 이 작업을 주도했다. 상품전략 매니저가 총괄하고 과일, 축산, 수산 등의 분야에서 7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상품기획자(MD)들이 뒷받침했다. 고객 분석 담당, 셰프도 합류했다.

‘마트에 잘 오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불러 모을 것인가’ 하는 질문이 이 팀의 시작이었다. ‘신선식품’과 ‘특별한 경험’을 결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맛집에 가면 음식만 파는 게 아니라 식재료도 판매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좋은 식재료를 파는 마트에서 바로 요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작년 7월 문을 연 서초점이 첫 시도였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로서란트 덕분에 신선식품 매출 비중이 34% 안팎까지 올라갔다. 다른 매장 평균(23%)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0월 김포한강점, 12월 대구 칠곡점 등 새로 낸 매장에 모두 그로서란트를 넣었다. 롯데마트는 기존 점포를 개조해 올 상반기에만 최대 10개의 그로서란트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마트 데이즈 BM
이마트 데이즈 BM
◆이마트, 데이즈블루로 1020 공략

이마트의 패션 PB ‘데이즈’는 올해 출시 10년째를 맞는다. 2016년 약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이즈는 ‘마트 옷은 싸구려’란 편견을 깨고 국내 대표 제조·직매형(SPA)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마트 데이즈 BM에는 바이어, 상품 디자이너 등 45명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이 BM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는 새 업무가 생겼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매장에서 접하는 인상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디자이너 두 명을 새로 뽑았다. 데이즈는 상품을 매대에 죽 진열해 놓던 과거와 달리 백화점 의류 매장처럼 의류와 잡화를 코디해 보여주는 식으로 매장을 꾸밀 계획이다.

10~20대 소비자를 겨냥한 새로운 상품 라인도 나온다. 청바지 등 데님 제품 전문 ‘데이즈 블루’를 상반기에 출시한다.

홈플러스 CRM팀
홈플러스 CRM팀
◆홈플러스, 파격적인 포인트 적립

홈플러스는 다음달 고객 멤버십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마이 홈플러스’란 이름으로 시작하는 멤버십 제도는 적립 포인트를 업계 평균 대비 20배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홈플러스에서 결제하면 전월 실적이나 한도에 상관없이 결제금액의 2%를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마트업계 평균 적립률(0.1%)에 견주면 ‘파격적’이다. 가맹점에서 결제해도 0.5%를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온·오프라인 매장과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개편 작업은 13명으로 구성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팀이 주도했다. 이 팀은 마트에서 소비자가 평균 얼마나 구매하는지부터 여행은 어디로 가는지, 영화는 한 달에 몇 번 보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취합했다. 이 같은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소비자 개인의 취향과 생활 패턴에 적합한 맞춤형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안재광/이수빈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