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사업자에게 모빌리티 플랫폼만 제공
-활용 방식은 이용자 스스로 결정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되 개별 사업자 스스로 필요한 기능은 넣을 수 있도록 했다. 토요타는 이동플랫폼만 제공할 뿐 서비스 사업의 영역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2018 CES에 'e-파레트' 컨셉트를 내놓은 토요타의 설명이다.

[CES]토요타가 자동차 공유를 보는 시각

일반적으로 파레트의 용도는 물건의 적재다. 하지만 모양과 크기 등은 통일돼 있어 지게차로 손쉽게 들어올릴 수 있다. 이용자의 사업형태에 따라 싣는 물건만 다를 뿐 용도와 기능은 같다는 의미다. 토요타가 e-파레트 컨셉트를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빌리티제조사로 이동수단만을 제공할 뿐 제조물을 활용하는 건 개별 사업자의 몫으로 남겼다. 토요타가 건물을 짓되 활용은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넘긴 것. 건물을 산 사람은 공간 자체를 음식점으로 쓸 수도 있고, 옷가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가능하려면 어쨌든 건물이라는 존재가 필요한 법이고, 토요타는 이런 개념을 자동차에 접목했다.

e-파레트 컨셉트 개발의 주요 파트너를 보면 토요타의 미래전략은 쉽게 읽힌다. 전통적 개념에서 부품회사가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아마존, 중국 내 최대 자동차공유회사 디디추싱, 배달용 및 물류용 자동차 수요가 많은 피자헛, 세계 최대 자동차공유회사 우버 등이다. 자동차로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누구든 제조역량이 풍부한 토요타의 e-파레트를 활용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전기차제조에 뛰어들 수 있는 공유기업의 자동차 진입을 막음과 동시에 대규모 공급처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공유 사업자들의 e-파레트 개발 참여도는 매우 높다.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동참해 자신들의 실증사업도 해볼 수 있다. 건물을 설계할 때 각자의 용도를 반영해 토요타가 짓고 넘기면 서비스 사업자들이 성격에 맞춰 인테리어를 해나가는 식이다. 그래서 토요타는 자신들을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포머'로 부른다. 한 마디로 이동 서비스 사업자의 이동수단을 설계하고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제아무리 이동수단 활용이 온라인으로 연결돼도 결국 누군가는 제조물을 내놔야 하고, 이 분야에선 기존 자동차회사가 강점을 지닌 만큼 제조역량 유지를 이동 플랫폼 제공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e-파레트의 용도는 따라서 모두 제각각이다. 모양과 형태는 같지만 활용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우버는 토요타와 함께 e-파레트에 자율주행 기능을 넣어 운전자없는 이동 서비스에 나서려 하고, 아마존은 e-파레트로 물류는 물론 우버와 같은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쇼핑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디디추싱과 같은 곳도 결국 운전자없는 자율주행 전기택시 기업으로 변모할 태세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에 필요한 이동수단은 자동차회사로부터 조달하는 게 현재로선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간파한 토요타는 앞으로도 비용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도록 제품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재미나는 건 이 같은 토요타의 행보 속에 감춘 생각이다. 필요하면 토요타 또한 공유사업에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토요타 입장에선 우버와 디디추싱같은 곳은 경쟁상대가 아니라 제조물을 많이 사주는 주요 소비처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도록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만약 공유기업들이 전기차제조에 뛰어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당장은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포머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긴 결과다. 따라서 중요한 건 이동 서비스 사업의 미래 진화를 예측하는 일이다. 이들이 직접 자동차제조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전통적 개념에서 자동차회사는 테슬라의 불완전한(?) 시도를 보며 제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일부 자동차회사는 초대형 전자기업이라도 배터리 기반의 전기차를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토요타는 미래에 전자기업의 자동차제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전자와 이동 서비스 기업이 손잡을 수 있음도 파악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제조시장 진출을 최대한 뒤로 미뤄 놓는 게 유리하고, 이를 위해 '플랫포머'를 택했다. e-파레트는 단순한 전기 컨셉트이지만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컨셉트가 아니었던 셈이다.

라스베이거스=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