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 인터넷전문은행의 대박

2016년에는 자살보험금 사건과 렌트카대차료에 관한 표준약관 개정 사건 등 큰 보험 관련 이슈가 많았는데, 2017년에는 보험과 관련한 이슈는 크게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문재인케어’라고도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발표되면서 의료계와 보험업계 간에 이해관계가 대립된 사례와 약 7조 4,000억원에 이르는 숨은 보험금을 찾아주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내보험찾아줌’ 홈페이지가 과다접속과 서버 오류로 아직까지 논란을 사고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금융 및 자본시장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들이 많이 있었다. 이 중에 단연 1등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통화의 폭발적 가격 상승을 들 수 있겠다. 2017년 초만 하더라도 1비트코인 당 가격이 100만 원 정도에 불과하였는데, 연말에 이르러 2,000만 원을 넘어서는 급등세를 보였고,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리플 등 다른 가상통화 또한 연초 대비 몇 십배가 급등하였다. 과열을 우려한 금융당국은 급기야 국내에서의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데 이어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거래소에 대해서는 미성년자의 가상통화 거래금지를 유도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위와 같은 규제 발표로 인하여 하루 만에 약 300만 원 정도 가격이 하락하였으나, 이내 반등하여 다시 약 2,200만 원에 이르고 있다. 최근의 가상통화 가격 변동을 보면 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초단기 투기 수요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상통화와 관련한 법규는 전무하다. 하루빨리 가상통화와 관련한 법제도를 마련하여 거래시장을 안정화시키고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자들을 처벌함으로써 가상통화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실 ‘비트코인’에 사용된 블록체인 기술은 사회 다방면에 다양한 형태로 사용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술로써 블록체인 기술이 비트코인보다 더 주목받고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대상임에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는 상대적으로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은 혜성처럼 등장한 인터넷은행들의 돌풍이다. 2017. 4월과 7월에 각 업무를 시작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계좌개설과 신용대출 등을 성사시키며 성공적으로 데뷔하였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편의점과 연계한 스마트 출금, 카카오 계정을 통한 송금서비스 및 저렴한 수수료의 외국환송금 서비스 등 IT 영역과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들을 선보이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금세 자금 부족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산분리 규제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하지만 최근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놓음으로써 이들 인터넷은행의 자금 부족은 가속화되고 있다. 그나마 금융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8%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경우에는 증자가 상대적으로 쉬울지 몰라도, 대주주 없이 21개 회사가 주식을 조금씩 나눠 가지고 있는 케이뱅크는 증자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금이 2,500억 원 및 3,000억 원에 불과한 이들 은행들에게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기대지 말고 주주로 참여한 기업들의 장점을 활용하거나 다른 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해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그와 같은 활동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자본은 필수적이다. 전국민을 넘어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의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은행법 상의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018년에는 인터넷은행들이 만성적인 자금부족에서 벗어나 마음껏 새로운 서비스들을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명의신탁 주식도 권리행사가능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사실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17. 3. 23. 대한민국 기업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엄청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유명 전자 전기기구 생산업체의 적대적 M&A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이 그것이다.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실질주주와 형식주주가 다른 경우 실질주주가 진정한 주주이며 따라서 형식주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면서, 주주명부 상에 기재된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 자만이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별도의 주금을 납입한 실질주주가 있다 하더라도 실질주주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재산의 소유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재산을 소유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재산의 실명제는 실제 거래관계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세금 탈루 등을 억제하는 등의 각종 효과가 있다. 재산은 크게 부동산, 금융자산, 주식 등으로 대별해 볼 수 있는데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들에 대해서는 부동산실명법, 금융실명법 등이 순차로 시행되면서 실명제를 당연시해 오고 있으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 전까지만 해도 주식은 이러한 실명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을 통해 사실상 주식에 대해서도 실명제 도입을 선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와 같은 중요한 법 정책적 변경을 입법부가 아닌 사법부가 결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비판도 있을 수 있으나, 주식 실명제 또한 대세적인 흐름이고 사회 정의에 부합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 판결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사건을 접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이 주식을 실제 주주가 아닌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이 차명주식에 대해서는 편법증여 등 고액탈세 뿐만 아니라 체납처분 회피, 주가조작 등 불법거래에 악용될 여지가 높다는 판단 하에 주식 명의신탁 사례들을 적발하고 조세포탈에 대한 추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가세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형식주주에게 무조건적인 의결권을 인정하게 되면서 명의신탁 주식으로 인하여 실제주주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현재 주식을 자신의 명의가 아닌 제3자에게 명의 신탁해 놓고 있는 대주주 등이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하루빨리 자신의 명의로 주식을 회복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김도형 <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

학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행정법 석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로스쿨 졸업(LL.M.)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 제7기 수료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7기 수료

경력

제44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4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한국금융연수원 교재집필 위원(리스실무)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위원회, 스타트업 · 규제혁신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석유공사 계약심의위원

법무부 해외진출 중소기업 법률자문단 자문위원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