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상화폐 거래 시세가 외국보다 높게 형성돼 생기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국내 수요가 외국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데 반해 국내외 거래소 간 차익거래가 힘들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국내 가상화폐 시세와 외국 가상화폐 시세 차이인 김치 프리미엄은 올초까지만 해도 5~10%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높아져 최근 들어선 50%를 넘나들고 있다. 가상화폐 종류도 가리지 않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의 국내 가격이 일제히 외국 거래가격의 1.5배를 넘어섰다. 가상화폐 투기가 과열되면서 벌어진 이 같은 현상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을 때 국내 거래 참여자들이 더욱 큰 피해를 보게 하는 폭탄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난달부터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더욱 심해진 이유는 국내에서의 수급 괴리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요는 계속되는데 정부가 규제에 나서면서 코인 공급이 줄어 국내 시세가 뛰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달 12일부터 가상화폐 관련 불법 환치기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면서 중국의 가상화폐 채굴장에서 건너오는 물량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기획재정부 역시 유권해석을 통해 은행을 통한 가상화폐 거래 목적 송금을 차단, 국내 거래자의 기업형 차익거래를 중단시켰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을 송금하기 위해서는 무역 거래나 용역·서비스 거래, 자본 거래가 있어야 하는데 가상화폐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학생과 주재원 등이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가상화폐를 사들여 국내에서 파는 사례도 있지만 외환당국의 엄격한 규제 때문에 소액에 그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