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닮은 장비를 쓰고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앉았다. 이어폰에서 “화가 나고 참기 어려우신가요? 불안함 때문에 마음이 놓이질 않나요?”라는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잔잔한 클래식 선율도 들린다. 조금 후엔 파란색 불빛이 나타나 눈앞에서 좌우로 반복해 움직였다. 긴장을 내려놓은 채로 움직이는 불빛을 좇았다. 10여 분에 걸친 프로그램을 마치고 장비를 벗으니 머리가 맑아지며 개운한 느낌이 났다. 휴먼라인이 내놓은 ‘멘탈닥터’라는 제품이다.
 이인태 휴먼라인 대표가 ‘멘탈닥터’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이인태 휴먼라인 대표가 ‘멘탈닥터’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이인태 휴먼라인 대표는 “정신과에서 1회 사용에 20만원 이상 비용이 드는 장비를 휴대용으로 제작했다”며 “병원은 물론 소방서 등 관공서, 학교 등에 제품을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고가 병원기기를 간소화

멘탈닥터는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을 응용한 장비다. EMDR은 정신과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치료할 때 증상과 경중에 따라 사용하는 입증된 방법이다. 정확한 원리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선 눈을 좌우로 움직이면 그 신호가 좌뇌와 우뇌를 균형 있게 자극해 치료효과가 난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40대 초반에 공황장애를 겪던 중 EMDR요법을 체험하며 그 효과를 알게 됐다”며 “병원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 멘탈닥터”라고 말했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19만~30만원 정도다.

이 대표는 “임상시험을 통해 멘탈닥터의 효과가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2012년 가톨릭대와 백병원 연구팀은 28명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심리적인 건강상태와 긍정성, 수면의 질 등을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감정을 제어하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데도 멘탈닥터가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정신과 병원에서도 멘탈닥터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립나주병원을 비롯해 총 6개 병원 정신과에서 멘탈닥터를 도입해 서비스 및 정신건강 캠페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전국 19개 소방서에서는 심신안정실에 멘탈닥터를 구비해 업무 도중 정신충격을 받기 쉬운 소방관을 지원하고 있다. 초·중·고교 127곳에서도 따돌림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얻은 학생을 위해 멘탈닥터를 이용하고 있다.

정신건강 관련 시장 커져

이 대표는 “이전까지가 씨앗을 뿌리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수확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멘탈닥터를 만들기 위해 3년간 수십억원을 투입하고 수차례의 실패를 겪었다. 2013년 처음 제품을 내놓았을 땐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이 대표는 “이전에는 없던 경쟁사도 생겨나는 등 정신건강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어 올해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휴먼라인은 미국과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멘탈닥터 수출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영어는 물론 일어, 중국어에 이어 스페인어까지 콘텐츠를 번역해 수출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앱(응용프로그램)에서도 각 국가의 언어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새해에는 관공서 중심으로 공급했던 멘탈닥터를 일반 소비자에게도 알리고 수출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은 이메일(jkim@hankyung.com)로 신청받습니다.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event.hankyung.com)를 참조하세요.

◆1월 으뜸중기 제품 △휴먼라인-마음을 맡기는 멘탈닥터 △아프로윈-웨어러블 블루투스 스피커 △스마트사운드-임신부 필수품 스키퍼 △이테크-우리아이 수호천사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