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시중 6개 은행들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당국은 점검 결과에 따라 제공 서비스를 중단시킬지를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를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가상통화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최 위원장은 "가상통화 거래가 실명확인이 어려운 은행의 가상계좌 서비스를 이용해 이루어지고 있다"며 "범죄·불법 자금의 유통을 방지하는 문지기로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은행이 오히려 이를 방조하고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농협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합동검사를 시행한다. 두 기관이 합동점검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만큼 고강도 검사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이번 현장점검에서 은행들이 가상통화 취급업자와의 거래에서 위험도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조치를 취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예정이다.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실태와 실명확인시스템 운영현황을 점검한다.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과 관련해서는 △가상통화 취급업자에 의한 자금세탁 위험을 평가하고 실사를 적정하게 했는지 등 내부통제·위험평가에 관한 사항 △ 가상통화 취급업자 식별 절차마련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자금출처 및 이용자 정보의 확인 등 고객확인이행에 관한 사항 △고액현금 수반거래, 분산·다수인 거래 등 의심거래의 보고에 관한 사항 등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실명확인시스템 운영현황과 관련해서는 △가상계좌로 자금이 입금시 입금계좌와 가상계좌의 명의 일치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운영여부 △가상통화 취급업자가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거래를 중단하는 등의 절차를 마련·운영하는지 여부 △가상통화 취급업자가 제공하는 이용자·거래관련 정보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 거래거절 등의 절차를 마련․운영하는지 여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다음 주 중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업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이를 시행하고,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 이달 중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이번 현장점검 결과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사항이 나올 경우 해당 은행의 가상계좌 서비스 제공을 중단시키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이는 가상통화 거래 취급업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아니지만 사실상 거래 차단하거나 경우에 따라 봉쇄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간접적인 규제외에도 가상통화 거래 취급업소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도 강화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가상통화 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현행 관련법상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업소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 사기, 유사수신 등에 대한 형사적인 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 위원장은 "은행들의 경우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없이 수익만을 쫓아 무분별하게 가상계좌를 발급한 것은 아닌지 내부의사 결정과정을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