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연초부터 서민물가 '경고등'…소득주도 성장 가능할까
새해 최저임금 인상 이슈와 맞물려 외식 등 유통업계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 물가'에 경고등이 켜졌다.

휘발유 가격은 23주째 오르고 있는 데다 화장품, 가구, 궐련형 전자담배 등 각종 소비재 가격마저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할지에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에 따른 물가 불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선설농탕과 KFC 등 외식업체들은 주요 메뉴의 가격을 최대 14%까지 올렸고, 화장품 및 가구 업체들도 잇따라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달 KFC는 치킨, 햄버거 등 2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9% 인상했다. 일본계 체인 모스버거도 이달 2일부터 와규치즈버거 등 버거 제품 5종의 가격을 평균 6.1% 올려받고 있다.

외식업체인 놀부부대찌개와 신선설농탕 역시 주요 메뉴 가격을 5.3∼14% 인상했다. 신선설농탕의 설농탕 한 그릇의 가격은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4.3% 올랐다. 죽 전문점 죽 이야기도 1일부터 버섯야채죽과 꽃게죽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다.

화장품과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궐련형 전자담배 충전재와 가구 가격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수입 화장품 브랜드 샤넬은 326개 품목의 백화점 판매 제품인 향수와 스킨케어, 메이크업 제품의 가격을 평균 2.4% 올렸다.

바비 브라운은 주요 품목인 립틴트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했고, 불가리 향수는 1일부터 원가 부담 등을 이유로 내세워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4.6%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리바트는 오는 15일부터 침대와 식탁류 가격을 3∼4% 올릴 예정으로 알려졌고, 시몬스 역시 대리점에 공급하는 매트리스 10여 종의 가격을 5%가량 인상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전용스틱인 핏 가격도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이미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달부터 아이코스(IQOS)의 충전재 히츠의 소비자 가격을 한 갑당 4300원에서 4500원으로 200원 인상한 바 있다.

KT&G의 경우 세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KT&G도 히츠와 비슷한 수준으로 핏의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업계가 예상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도 유통업계의 가격인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일 외식 등 개인서비스 중심의 물가 상승에 대비해 소비자단체와 함께 가격 감시를 강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또 소상공인 비용부담을 완화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추가대책을 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박종렬 현대차투자증권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분석가)는 "현재 대부분의 가계 재무제표가 부동산 위주의 자산 구조와 부동산 취득 시 발생한 금융 부채 등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에 추가적으로 적지 않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전체 가구 중 상위 10~20%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구가 적자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소비여력의 축소와 고용불안 그리고 가계부채 등이 2011년 이후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소비 침체의 주요 원인"이라며 "대부분 '적자 가구'는 소득 대비 높은 지출을 판매신용(카드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판매신용은 지난해 3분기 7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월평균 130만원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판매신용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소매판매 증가율은 낮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