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인력을 대거 감축하고 점포 수백여 곳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건 거듭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따른 ‘몸집 줄이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보험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2021년부터는 보험사 재무 부담을 높이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다.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팔 수 있는 독립법인대리점(GA)의 급부상과 온라인보험 등 다양한 판매채널의 등장도 보험업계 구조조정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이다.

새 회계기준에 직격탄 맞은 생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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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6년 9월 말 19만6889명이었던 보험사 전속설계사는 지난해 9월 말 18만9053명으로 7836명 감소했다. 생보사들이 전속설계사 4810명을 해촉했고, 손보사(재보험사 포함)들이 3026명 줄였다. 생보사 중에선 흥국생명이 최근 1년 새 전속설계사 1453명을 해촉해 설계사 감축 최다 회사로 파악됐다. 이어 △KDB생명(1250명) △현대라이프생명(1094명) △한화생명(988명) 등의 순이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점포를 대거 통폐합하면서 전속설계사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손보업계에선 MG손해보험이 가장 많은 2162명의 전속설계사를 해촉했다. 한화손해보험(1197명), 롯데손해보험(660명), 흥국화재(619명) 등이 뒤를 이었다. MG손해보험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이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를 밑도는 110% 안팎 수준에 불과하다.

보험사 임직원 수는 2016년 9월 말 5만9474명에서 지난해 9월 말 5만8261명으로 1213명 줄었다. 최근 5년 새 가장 큰 감소 폭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지점과 영업소 등 점포도 6695곳에서 6354곳으로 341곳(5.1%) 줄었다. 대형 및 중소형 보험사를 막론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폐쇄하는 등 점포 통폐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다만 손보업계는 생보업계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최근 1년 새 생보업계 임직원 수는 1464명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손보업계 임직원 수는 오히려 251명 늘었다. 같은 기간 생보사 점포는 손보사(63곳)의 네 배가 넘는 278곳이 폐쇄됐다. 보험부채 평가 기준이 바뀌는 IFRS17 도입에 따라 생보사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IFRS17은 보험부채의 평가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들은 현 저금리 기준으로 고객에게 줄 보험금이 늘어난다. 적립금이 크게 증가하면서 부채가 대폭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해 온 생보사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장 한계에 다다른 보험시장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보험시장의 한계도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신계약 건수는 2007년 2820만 건 이후 2016년 1440만 건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0.8%보다 낮은 0.3%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보험산업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보험침투도(보험료를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비율)는 1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8%보다 훨씬 높다. 보험침투도 수치가 높을수록 보험시장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보험백화점’으로 불리는 GA의 약진도 보험사 구조조정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이다. 전속설계사는 자사 상품만 취급할 수 있는 반면 GA는 여러 회사와 계약을 맺어 고객 요구에 맞는 상품을 팔 수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확산으로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보험상품을 고르는 비율이 커지는 것도 보험업계 종사자 수를 줄이는 요인 중 하나다.

강경민/김순신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