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기업銀 가상계좌 잔고 가장 많아…수수료 수익 비판엔 '억울'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가상화폐 잔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투기적 성격이 강한 가상화폐에 특수은행들이 적극 뛰어들어 수익을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은행들은 가상화폐로 인한 수익이 크지 않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가상통화 취급업자 관련 은행 계좌 수 및 예치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 기준 가상화폐 계좌 잔고는 총 2조670억원에 달했다.

계좌 잔고가 가장 많은 은행은 농협은행이었다. 전체 잔고의 38.1%에 해당하는 7865억원이 농협은행의 가상 계좌에 남아 있었다. 계좌는 2개뿐이었지만 1위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의 거래를 맡으면서 잔고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계좌는 2개 뿐이지만 모계좌에서 파생되는 가상계좌 수는 수 백만 개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뒤를 이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4920억원의 잔고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최근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는 업비트의 주거래 은행이다. 계좌 수는 2016년말 4개에서 지난해 12월 5개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금액은 160배 이상 불어났다.

우리은행은 계좌 수는 34개로 가장 많았지만 거래액은 산업은행 다음으로 적었다. 모계좌 수는 많았지만 실제 거래에 이용되는 가상계좌는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가상계좌 거래소에 폰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는 2월 시스템 리뉴얼을 앞두고 있어 실명확인시스템 적용이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에 거래 중이던 거래소와의 계약도 모두 해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실은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할 특수은행이 투기와 불법자금 거래가 우려되는 가상화폐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것은 불법행위 방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적받은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빨리 가상계좌 실명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거래가 늘어난 경향이 있다"며 "수수료 수익 역시 수억원대에 불과해 시스템 구축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이익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실에서 지적한 수수료 수익 역시 은행의 입장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 수익은 많아봐야 수 억원 규모"라며 "시스템 구축 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수익이 난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