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스팅어(왼쪽부터), 쏘나타 뉴 라이즈, 제네시스 G70.
기아차 스팅어(왼쪽부터), 쏘나타 뉴 라이즈, 제네시스 G70.
운전하는 재미를 살린 국산차가 증가하고 있다. 편안한 주행을 넘어 운전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탄탄한 주행 성능을 뒤받쳐 주는 다양한 기술도 속속 적용되는 추세다.

지난해 소비자의 관심이 높았던 차는 현대자동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G70과 기아자동차 스팅어다. 두 차는 후륜 구동 기반의 스포츠 세단이다. 성능이 가장 뛰어난 3.3 가솔린 터보 모델은 최고 출력 370마력, 최대 토크 52.0㎏·m의 힘을 낸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4초대에 불과하다. 운전자에게 드라이빙의 묘미를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고장력 강판으로 강화한 차체 강성과 좌우 흔들림을 잡아주는 스트럿 바, 브렘보 브레이크 등을 갖춰 ‘잘 달리고 잘 서는’ 기본기를 다졌다. 출발할 때 동력성능을 끌어올리는 ‘론치 컨트롤’ 등도 탑재했다.

아반떼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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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행 성능 개선은 엔진 배기량이 낮은 차로도 확장되고 있다. 엔진 배기량을 낮추면서 출력은 유지하는 다운사이징 기술이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쏘나타 뉴 라이즈를 출시하면서 1.6 터보, 2.0 터보 엔진 라인업을 별도로 마련했다. 내·외관에 차별화 요소를 대거 적용한 쏘나타 뉴 라이즈 터보 모델은 지난해 1850여 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아반떼 스포츠와 i30 등도 주행 성능에 갈증을 느끼는 소비자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기아차는 대표 중형 세단 K5의 주행성능을 끌어올린 GT를 내놨다. 무게를 줄인 알로이 휠과 토크 등 주행 상태를 나타내는 전용 계기판, 고속주행 때 공기의 소용돌이를 없애기 위해 다는 리어 스포일러를 추가해 상품성을 높였다. 한국GM은 말리부 전 라인업에 터보 엔진을 마련해 성능 만족도를 높였다. 2016년 처음 나온 말리부는 지난해 3만3325대나 팔리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오 해치백(후면부가 납작한 5도어 차량)은 경쾌한 가속력으로 모터스포츠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달리는 즐거움을 지닌 차의 질주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신차가 줄지어 출격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이달 신형 벨로스터를 내놓는다. 운전석 쪽에는 문이 1개, 조수석 쪽에는 2개가 달린 고유의 개성 있는 외관을 이어받았다.

1.4 터보와 1.6 터보 등 두 가지 가솔린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를 달았다. 1.6 가솔린 터보는 엔진 회전수(rpm) 1500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하고 2000~4000에서 더 큰 힘을 뿜어내는 ‘오버부스트’ 기능을 현대차 최초로 장착했다. 고성능 브랜드 N의 국내 첫 모델도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친 4세대 클리오를 들여와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소형 해치백인 클리오는 1990년 출시된 뒤 세계에서 1300만 대 넘게 팔리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부드러운 승차감보다 차와 하나가 되면서 운전자 의도에 즉각 반응하는 직결감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차를 사는 주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